종합

청소년·청년 복음화 주체는 부모 세대, 재복음화와 신앙 전수 의식 제고 필요

이승환
입력일 2024-11-11 수정일 20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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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복음 선교 차원에서의 청소년·청년 복음화와 본당사목’ 주제 세미나 
조재연 신부 “가정과 교회가 협력하는 연대·동반 사목 전환으로 복음화 사명에 동참할 성인 신자 양성할 수 있어”
과거 WYD 개최 교회, 대회 통해 젊은 교회 실현 발판 마련...“서울 WYD는 도전이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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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2024년 세미나에서 발제자들과 참석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한국교회 성인 신자들이 청소년·청년 복음화 사명을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려면 통합적인 사목 지향의 새 교회 공동체, 가정과 교회가 협력하는 새로운 사목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자녀 세대 신앙 전수에 힘쓸 성숙한 성인 신자 양성을 위해 교회 차원의 사목적 배려가 더욱 요구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위원장 장신호 요한 보스코 주교)는 11월 8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4층 강당에서 ‘복음 선교 차원에서 청소년·청년 복음화와 본당사목’ 주제로 2024년 세미나를 열었다.

햇살사목센터 소장 조재연(비오) 신부는 ‘한국 천주교회 문화 변동기의 청소년·청년 복음화를 위한 고찰’ 주제 발제에서 “성인 중심으로 이뤄진 현재 교회 공동체의 변화는 곧 성인들의 변화와 연결된다”며 “분리된 교회에서 통합적인 사목을 지향하는 교회로, 유지하는 교회에서 사명에 초점을 둔 교회로 사목 토양 자체를 개량함으로써 교회는 세대 통합적인 시선을 갖고 주체적으로 복음화 사명에 참여하는 성인들을 양성해 나갈 수 있다”고 전했다.

사목 방식의 쇄신 필요성도 더불어 전한 조 신부는 “주일학교 중심 사목에서 가정과 교회가 협력하는 사목, 자기만을 바라보는 사목에서 연대하는 사목, 가르치고 지시하는 사목에서 동반하는 사목으로의 전환은 다음 세대의 복음화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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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사목 환경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목 방향 제언('한국 천주교회 문화 변동기의 청소년·청년 복음화를 위한 고찰' 발제 중). 햇살사목센터 제공

조 신부에 앞서 ‘신앙 전수의 관점에서 본 한국교회의 세대별 특성’을 소주제로 발표한 햇살사목센터 이세라(가타리나) 연구원은 “성인 세대 신앙의 문화가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다음 세대에게 질적인 신앙 전수가 이뤄질 수 있다”며 “교회의 당면 과제는 자녀 세대에게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32~54세 연령대의 부모 세대를 재복음화 해야 한다는 것임을 세대별 특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교회는 ‘유아기적 신앙의 모습으로 신앙 전수에 자신 없어 하며’ 사목적 배려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 부모 세대가 허약한 신앙을 벗어나는 데 사목 자원을 집중 투입해 이들의 신앙 문화를 복음화 관점으로 전환시켜 자녀 세대에게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미나에서는 세계청년대회(WYD)를 개최한 국가들이 대회를 통해 젊은 교회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음을 주지하고, 3년 앞으로 다가온 서울 WYD를 한국교회 청소년·청년 복음화를 위한 도전이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조 신부의 발제에 따르면, 1993년 덴버 WYD 이후 미국교회의 청소년 사목은 직무와 자료, 프로그램 등 가능한 한 모든 자원을 활용해 교회 공동체 전체가 청소년 사목에 책임을 진다는 포괄적인 접근을 제시했다. 이는 청소년사목이 가정과 본당 공동체를 기반으로 펼쳐지도록 하는 기반이 됐다.

필리핀교회는 개최한 ‘행사의 준비-실행-이후’의 전체 여정을 통해 사목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장기적인 시선을 갖고 1995년 마닐라 WYD를 준비했고 그 결과 필리핀 청소년·청년 사목 전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마스터 플랜을 마련할 수 있었다.

유럽교회 또한 WYD를 통해 젊은이들을 어떻게 환대해야 할지 모르던 각 본당의 성인 세대를 훈련할 수 있었고, 그들을 통해 오래된 전통과 유산을 가진 교회가 젊은이들을 배척하지 않으며 그들과의 만남에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

조 신부는 “전 세계 젊은이들이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고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서울 WYD를 찾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는 젊은이들과 더불어 많은 성인 신자가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 만나고, 복음화의 주역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될 그 여정의 출발점에 서 있다”고 대회 준비의 중요성과 의미를 전했다.

‘2027 세계청년대회(WYD)와 복음화: 맥락과 사명’ 주제로 발제한 예수회 김우선(데니스) 신부는 WYD를 통해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에 어떤 공헌을 하고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고찰하고, WYD는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청년들과의 상호 교류를 통한 가톨릭적 세계시민 양성 ▲한국교회 지도자와 사목자들의 인식 업데이트와 쇄신 ▲능동적으로 ‘사명을 수행하는 제자’로서의 새 청년 리더십 형성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WYD가 단순히 잘 조직된 행사에 그치지 않고 한국교회의 기쁨과 희망을 나누고 세계교회에 공헌하는 행사가 되려면, 젊은이의 목마름과 이들을 대하는 그리스도의 눈빛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관상적 태도가 토대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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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열린 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2024년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제 후 3분간 눈을 감고 침묵하며 성령께서 자신과 교회 공동체에 전하는 메시지를 묵상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장신호 주교는 세미나 인사말에서  “하느님 백성 모두가 함께 모여 성령께서 우리 교회 공동체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 방향으로 다 함께 걸어가는 것이 바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것”이라며 “서울 WYD를 앞두고 한국교회의 청년·청소년 사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 안에서 성령께서 우리에게 어떤 말씀을 전해주시는지 새겨듣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장 주교의 제안에 따라 각 발제 후 3분 동안 눈을 감고 침묵하며 성령의 메시지를 묵상했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