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산타 할아버지 왕요셉 신부

박효주
입력일 2024-12-11 수정일 2024-12-17 발행일 2024-12-25 제 3422호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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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가사는 없었지만 노랫말이 또렷이 들리는 듯했던 살레시오회 왕요셉 신부의 트럼펫 연주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한 소절이 서울 돈보스코 청소년센터 성당을 가득 채웠다. 스테인드 글라스 안의 아기 예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음률을 흥얼거리는 듯했다. 왕 신부는 “너무 오랜만이라 잘 안 불어진다”고 했지만, 아흔이 넘은 춘추에 직접 부는 트럼펫의 음색은 비교적 또렷했고 손놀림도 정확했다.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아기 예수와 가장 닮은 아이들이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성탄. 그런 아이들을 가장 사랑하는 성인 중 한 명인 성 요한 보스코는 살레시오회를 창립했다. 살레시오회원인 왕 신부도 성 요한 보스코를 닮았다. 일본 선교 시절 고아원에서 아이들과 어울렸고, 한국에 와 돈보스코 청소년센터 설립에 참여하고 학교 교사도 지내며 사랑이라는 선물을 듬뿍 전했다. 마침 살레시오회는 현재 광주에서 청소년 대상 ‘돈보스코 농구대회’ 개최와 관련해 후원을 받고 있다.

어릴 적 스페인 내전, 제2차세계대전 등을 겪으며 신문에 자주 등장한 비행기를 보고 비행기 조종사를 꿈꿨었다는 왕 신부 이야기를 듣고는, 그가 루돌프 사슴 대신 비행기를 몰고 아이들을 찾아다닐 뻔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터뷰 마무리 시간, 기자들에게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인사를 건네는 왕 신부의 미소는 누구보다 산타 할아버지를 닮아 있었다.

“다음에 또 놀러 오세요. 그때 저는 더 구부러진 할아버지가 돼 있겠지만요. 메리 크리스마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