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6개월 기다린 교구장…사제·수도자·교구민 등 3800여 명 한마음으로 축하
2년 6개월. 기다림은 길었다. 2022년 배기현(콘스탄틴) 주교의 사임 이후 제6대 교구장이 착좌하기까지, 마산교구 사제‧수도자‧교구민들은 새 교구장을 애타게 기다렸다. 2월 12일 오후 2시, 창원컨벤션센터 착좌식 현장은 기다림을 보여주듯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전날 밤, 경남지역에는 보기 드문 대설주의보가 내려졌고, 행사장 주변에도 미처 치우지 못한 눈들이 가득했지만 착좌식에 참례하려는 교구민들의 열기는 꺾이지 않았다. 행사 시작 한참 전부터 신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던, 이성효(리노) 주교의 착좌미사 풍경을 전한다.
◎… 교구 추산 3800여 명이 모인 행사장. 행사장은 인파가 만들어내는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한순간, 사회자가 행사 시작을 알리고 기도를 시작하자 소음이 웅장한 기도소리로 바뀌었다. 2024년 12월 21일 새 교구장이 발표된 이후부터 바쳐왔던 ‘새 교구장을 위한 기도’. “자비로우신 하느님, 저희 마산교구에 새로운 교구장 주교를 보내주심에 감사드립니다”로 시작되는 기도문을 보지도 않고 암송하는 신자들도 곳곳에 보였다. 이후 주교단 입장이 시작되자 행사장에는 성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교구 합창단이 노래를 이끌었다. 합창단 단원 대부분은 이번이 ‘세 번째 착좌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2002년 안명옥 주교, 2016년 배기현 주교, 그리고 오늘 세 번째 이성효 주교의 착좌까지 곁에서 지켜봤다. 신동희(마르타‧가음본당) 씨는 “단원들이 신이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연습이었다”면서 “공석이 비로소 채워지는 게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합창단뿐 아니라 평협, 여성협, 전례꽃꽂이회 등 교구 내 모든 단체가 행사 진행에 힘을 보탰다.
◎… 참례자들 중 단연 눈길을 끈 건 동티모르에서 온 핀토(Pinto) 씨였다. 그는 깃털이 하늘 높이 솟은 전통 모자와 전통 의상을 갖춰 입고 미사에 참례했다. 착좌식 중 ‘평화의 인사’ 때는 이주민 대표로 제대에 올라 이성효 주교와 인사를 나누며 동티모르 전통예식에 사용되는 스카프 ‘타이스’를 이 주교의 목에 걸어줬다. 이는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동티모르의 전통 인사다. 함께 제대에 오른 또다른 이주민 대표 필리핀 출신 아브너 씨는 이 주교에게 마산교구 필리핀 신앙공동체의 주보성인인 성 로렌조 루이스 인형을 선물했다.
◎… 이날 행사에서는 꾸준히 2년 반이라는 단어가 언급됐다. 사제단도 교구민도 다정한 아버지에게 속상함을 일러바치는 자녀들처럼, 그간의 설움(?)을 이 주교에게 토로했다. 착좌식에 참석한 허태범(요셉‧양덕동주교좌본당) 씨는 “지난 2년 반 동안 교구장 주교님이 계시지 않았고, 서리 체제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신자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면서 “새 교구장이 왔으니 활기찬 공동체로 교구를 이끌어 나가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이 주교의 오랜 인연들도 착좌식에 참석했다. 이 주교의 독일 유학 시절(1987~1992년) 인연을 맺은 독일 트리어교구의 라헬 신부와 파이 신부는 국경을 뛰어넘는 40년 우정을 뽐내며 이날 착좌식에 참석했다. 또한 지동‧호계동본당 등 수원교구 신자들도 착좌식을 찾았다. 이 주교의 유일한 본당 사목지였던 오산본당 신자들도 참석했다. 40여 명 신자들은 아침 8시에 대형버스를 타고 행사장으로 왔다. 본당 총회장 이석웅(이사악) 씨는 “주교님은 본당 신자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계시기에 주교님과 관련된 일이라면 지금도 기꺼이 나서는 이들이 많다”면서 “수원에서 하신 것처럼 마산에서 하시면 교구 전체가 크게 발전할 것 같다”고 기대를 밝혔다.
◎… 마산교구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오스트리아 그라츠-섹카우교구도 참석했다. 교구장 빌헬름 크라우트 바슐 주교는 마산교구를 ‘젊은 교구’라 불렀다. 크라우트바슐 주교는 “이 주교님의 착좌가 여러 이유로 기쁘지만 독일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쁘다”고 웃으며 말했고 이어 “유럽교회는 노후화되었기에, 젊은 교구의 활기찬 행사를 보며 신선함과 영적 기쁨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크라우트바슐 주교는 이날 축하식에서 그라츠교구의 역사가 담긴 성모자상을 이 주교에게 건넸다. 교구 홍보국에 따르면, 성모자상은 900여 년 전 성모 발현 때에 발견된 것으로, 성모자상이 발견된 자리에 그라츠교구 주교좌성당이 세워졌다고.
◎… 이날 행사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교구 사제단이 축가로 ‘하나되게 하소서’를 부를 때였다. 제대 뒤편 교구장좌에 있던 이 주교는 노래가 시작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제대 앞부분, 사제단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로 움직였고 그곳에서 1절을 함께 불렀다. 2절이 시작되자 이 주교는 성큼성큼 제대 계단을 내려가 사제단 곁에 섰다. 망설임은 없었다. 이 주교는 이청준(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옆에 서서 끝까지 성가를 함께 불렀다. 노랫말 그대로, 진정으로 하나된 모습이었다.
◎… 착좌식에서 이 주교만큼이나 여러 번 언급된 이름이 바로 신은근(바오로) 신부였다. 신 신부는 성사전담사제로 지내다 배 주교의 사임 이후 교구장서리를 맡아 교구를 이끌어왔다. 행사 내내 홀가분한 미소를 지어보이던 신 신부는 행사 마지막에 마이크를 잡았다. 신 신부는 “새로운 교구장 주교님을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기 위해 우리는 모였다”면서 “여러 모로 어려운 상황에 ‘감사’라는 이 화두를 간직하고 올 한해를 살아가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신 신부는 “행사 준비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신 수원교구와 교구장 이용훈 주교님께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고, 교구민들 또한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이나영 기자 lala@catimes.kr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
김성봉 마산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