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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선율로 찬미합니다”…「성모님께 바치는 찬가들」

이주연
입력일 2025-04-09 08:50:30 수정일 2025-04-09 08:50:30 발행일 2025-04-13 제 3437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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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탄테 베르셀리·제오르제스 가리브 엮음/이인섭 신부 옮김/296쪽/2만4000원/가톨릭출판사
동·서방 교회 성모 찬가 97편에 역사·문화적 배경 수록
시대 초월한 성모 신심 전통…전례·신학적 의미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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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가’(讚歌)는 초대 교회부터 전례에 사용되는 시편을 제외한 성경의 서정적 가사, 즉 노래를 말한다. 엘리사벳을 방문한 마리아의 노래 ‘마니피캇’, 즈카리야의 노래, 시메온의 노래의 경우 시간 전례의 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 특별히 성모 마리아가 찬가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의미 깊다. 마리아에게 바쳐진 축일의 찬가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와 성인들을 기리는 찬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성모님께 바치는 찬가들」은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의 찬가 97편과 관련 설명을 수록하고 있다. 성모 찬가가 교회 전례에서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또 각 시대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 속에서 성모 마리아를 어떤 모습으로 찬미해 왔는지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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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교회는 성직 체계, 정치적 상황, 교리적 문제, 시대적 환경에 있어 매우 움직임이 역동적인 시기였다. 여기서 마리아론은 크게 설 자리가 없어 보였다. 논쟁이 이뤄지기는 했어도, 부분적이었다. 431년 에페소공의회에서 네스토리우스 이단을 단죄하고 ‘거룩하신 하느님의 어머니’ 교리를 수호한 것은 성모 마리아에 관한 전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예루살렘, 베들레헴, 나자렛에서 성모님 생애의 주요 사건들을 기념하기 위한 교회가 설립됐고 여러 관련 축일이 제정됐다. 아울러 성모 신심이 전례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자리 잡게 됐다. 이런 분위기에서 성모 마리아를 찬미하는 다양한 찬가가 생겨났다.

동방교회에서는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가 마리아에게 봉헌된 축일을 통해 태어나고 발전했다. 성모 마리아와 관련된 유산은 지금까지 풍부히 내려오고 있는데, 필사본 형태로 된 문헌 중에는 4세기에서 9세기까지의 오래된 강론도 있다. 강론을 작성한 저자 중 상당수는 찬가도 지었다. 이 찬가들은 비잔틴 전례 거행에 큰 영향을 미쳐서 전례서의 약 4분의 3을 찬가로 구성할 정도였다.

서방교회에서도 에페소공의회 이후로 성모 마리아께 헌정하는 전례가 시작됐다. 시스토 3세 교황은 로마 에스퀼리노 언덕에 성모에게 봉헌된 첫 대성당을 축성했다. 세르지오 교황은 동방교회에서 바라보는 성모 마리아의 특별함을 존중하여 안티오키아 전승을 따른 성모 마리아에 관한 전승을 더욱 성숙하게 발전시켰다.

하지만 서방 라틴 전례의 성모 찬가는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더뎠다. 전례에 수용되는 것이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초기 단계는 동방교회 발전에 비해 덜 화려했어도, 서방교회의 성모 찬가는 계속 증가하여 종교시의 장이 될 뿐만 아니라 인간적 사랑의 경험으로도 옮아가며 사방 문학 문화의 중심에 섰다.

책은 이처럼 마니피캇을 비롯한 비잔틴 전례에서 전해오는 성모 찬송, 콥트 전례에서 내려온 성모 성월 찬가, 중세 수도원 기도문 등 다양한 시대와 문화에서 불렸던 성모 찬가를 통해 성모 신심이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교회의 공통된 신앙 요소였음을 알게 한다. 또 교회 전례와 신학 안에서도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보게 한다. 아타나시오 성인, 다마스쿠스의 요한 성인, 암브로시오 성인 등 동·서방 교회의 유명 성인과 교부들이 남긴 찬가들도 수록돼 교회 전통 안에서 성모 마리아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찾아볼 수 있다. 찬가마다 저자나 시대적 배경 및 신학적 의미를 들려주면서 찬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특징이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