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52) 좋은 감동, 힘든 변화 ①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4-09-16 수정일 2014-09-16 발행일 2014-09-21 제 2911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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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이 남긴 것!
124분 시복식과 아시아 청년대회를 기해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님 한국 방한은 온 국민의 마음을 가슴 뭉클하게 만들어 준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4·16 참사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보여주신 교황님 사랑은 결국 하느님이 우리 국민에게 주신 희망과 용기, 진실과 정의의 선물이었습니다. 또한 사회적 약자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신 교황님의 모습은 평생 그 분이 보여주신 관심의 대상이 누구인지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 모습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지인을 만나면 교황님 이야기는 빠지지 않습니다.

그 날도 몇몇 신부님들을 만나던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낮은 자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교황님, 양 냄새 나는 사목자인 교황님, 언제나 변방으로 가시어 가난하고 버림받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 교황님의 삶을 자연스럽게 서로 나누었습니다. 그중에 어느 신부님이 이런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이번에 교황님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내가 어떠한 삶을 살고자 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더라. 그리고 갓 사제가 되었을 때 내가 가졌던 마음의 다짐들도 생각이 나고. ‘가난한 이들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제!’ 20여 년 전 그 결심이 다시 생각나는 거 있지! 그래서 이번 교황님 방한은 나에게 피정과 같은 시간이었어. 그리고 미사 때 강론하면서도 복음에 비추어 교황님 모습을 이야기하게 되었고, 묵상을 통해 결심도 하곤 했지. 그래서 다시금 마음의 신발 끈을 매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이라는 단어를 결코 잊지 않으려고 마음속에 잘 저장해 두었어. 그런데 그게 평소 관심의 대상 안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지 않을 땐, 결국 쉽게 잊히더라.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내가 뭔가 결심했다는 것조차 말이야!”

“생각하는 것이 행동으로 바로바로 나오면, 그런 행동이 과연 오래 가겠나!”

함께 있던 다른 신부님이 인생의 경륜이 묻은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그러자 그 신부님은,

“교황님 가시고 나서 며칠 뒤, 서울역에 간 적이 있었어. 작은 차를 타고 다니신 교황님 모습도 있고 해서, 모처럼 대중교통으로 서울역에 나갔지! 그리고 아는 분 만나 일을 잘 마치고, 다시금 서울역 광장으로 나오는데 마침 이슬비가 내리더라. 그래서 우산을 펴들고, 숙대 입구 지하철역 방향으로 갔어.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그 시간이 조금은 이른 점심시간이었나 봐. 그 날, 정말 엄청나게 많은 노숙자분들이 도로 한 쪽을 가득 채운 듯했고, 가만히 보니 그 분들 모두가 줄을 서서 노숙자들을 위한 식당 앞에서 한 끼 식사를 하려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늦여름에 비까지 내리는 상황에서 그 분들 옆을 지나는데,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순간 머리가 띵, 할 정도였고, 걷는데 너무 힘이 드는 거 있지! 그런데 그 날의 체험을 통해서 사제로 사는 내가 평소에 얼마나 향긋한 냄새, 그윽한 향수 냄새, 깔끔한 냄새 등에 익숙해져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더라. 특히 성당에서 땀 냄새나는 옷 입고, 영성체하러 온 신자의 쉰 냄새를 맡게 되면 말은 안 해도 표정으로 짜증과 힘든 내색을 하잖아!”

다른 신부님이 말했습니다.

“그래, 맞아. 미사 중에 성체와 성혈을 축성하는 건, 인간 노동의 결실로 얻는 빵과 포도주를 봉헌하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순간이잖아. 그렇다며 미사 드리는 성당 안은 당연히 노동하는 인간들의 땀 냄새나 삶에 찌듯 냄새가 배인 공간이어야 하지.”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