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60) 사과를 해야 할 때 ①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4-11-11 수정일 2014-11-11 발행일 2014-11-16 제 2919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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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과 사랑을 담은 ‘사과’
일상에서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아마도 사랑, 나눔, 배려, 친절, 예의 등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주변 사람들과 더 나쁜 관계가 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지금보다 더 껄끄러워지고, 더 불편해지고, 더 힘들어하고, 더 어려운 관계로 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과’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좋은 관계를 맺거나 유지하기 위해서 사랑한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 덕분에 행복하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진심과 정성을 담아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쉽사리 못합니다. 안 하는 이유가 ‘우리 사이에 뭘! 우리는 서로가 잘 아는데 굳이…. 우리는 친한데 뭐’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불편을 겪고 있는 분들과 상담 중에 그 불편의 뿌리를 찾아보면 아주 기본적인 것, 즉 진심과 정성이 담긴 ‘미안합니다’라는 사과의 말을 하지 않아, 결국 꼬이거나 관계가 얽혀버린 경우를 봅니다. 진심과 사랑을 담은 ‘사과’가 얼마나 중요한데.

며칠 전 어느 교구 선배 신부님들을 함께 만난 적이 있습니다. 평소 잘 아는 신부님들이고, 신부님들을 오랜만에 만나는 터라, 가볍고 밝은 마음으로 약속 장소를 찾아 갔습니다. 갔더니 신부님들 세 분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웃으며 수다를 떨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신부님들께 인사를 드리며,

“아니, 형님들, 무슨 좋은 일 있으셨어요?” 신부님들은 나를 보더니, 반갑게 맞아주셨고, 이어서 A 신부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일은 무슨 좋은 일. 이 신부들 서로 삐치고, 말 안하고…. 이그, 다들 늙어가지고 주책이지! 그거 풀어주고 그 이야기 하느라 웃는 거야!”

호기심 많은 나는 무슨 일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곁에 계신 B, C 신부님들은 말하지 말라고 하는데, A 신부님이,

“야, 이거 강 신부에게 말하면, 가톨릭신문에 기사로 쓸 거고, 그러면 이 인간들 삐친 거, 동네방네 다 알리게 돼서 좋지, 뭐!”

나는 더 궁금해서, 무슨 일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A 신부님,

“들어 봐! 예전에 이 두 신부가 B 신부 사제관에서 어제 점심을 먹기로 했나봐. 어제 나는 바빠서 못 갔고. 그런데 며칠 전에 B 신부 본당 주방 봉사자분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었고, 서둘러 다른 봉사자분을 찾은 다음, 어제 B 신부 사제관 주방에서 새로 오신 분과 그만두시는 분이 사제관 물품 인수인계를 했어. 그러자 B 신부 사제관이 복잡하게 된 거지. 그 와중에 오전에 동창 신부 중에 D 신부가 B 신부에게 전화를 해서 급해서 일을 좀 도와달라고 한 거야. 순간 주방이 복잡한 마당에 다른 동창 신부가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니, 그냥 거기를 가 버린 거지!”

나는 C 신부님을 보며, 웃으면서 물었습니다.

“신부와의 약속을 어떻게 하셨어요? 연기하셨어요?”

그러자 C 신부님은,

“야, 연기는 무슨! 약속은 완전 잊어버렸지. 나는 그것도 모르고 거기 사제관 점심시간 늦을까, 부랴부랴 B 신부 사제관에를 갔었는데….”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