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66) 사목 방침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4-12-23 수정일 2014-12-23 발행일 2015-01-01 제 2925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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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지방에 있는 후배 신부로부터 ‘전 신자 특강’을 부탁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곳은 거리상으로 멀어도 너무 멀었지만, 오랜만에 후배 신부 얼굴을 본다는 생각에 새벽 첫 차를 타고 갔습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했더니, 후배 신부는 터미널에 나와 있었고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에 사제관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후에는 근처 바닷가에 가서 함께 콧바람도 쐬었습니다. 바닷가를 거닐면서 나는 후배 신부에게 물었습니다.

“좀 전에 사제관에서 식사하는데, 책상 위해 ‘냉담자가 돌아오고 싶어 하는 교회’라는 문구가 있던데, 그게 뭐야?”

“아, 그거 보셨구나! 제가 본당을 맡을 때마다, 계속해서 사목 표어로 삼는 문구예요!”

“계속이라니?”

“내가 주임 신부를 하는 본당 마다 사목 표어로 삼는 문구예요. 형, 나는 본당마다 전교 활동, 교리반 개설 등도 중요하다고 생각은 해요. 그런데 그동안 본당을 옮길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영세자가 생기는 만큼 쉬는 교우도 너무 많이 생기더라고요. 이 지역에 부임했을 때에도 쉬는 교우가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저는 평생 내가 맡는 본당의 사목 표어로 ‘냉담자가 돌아오고 싶어 하는 교회’로 정했어요. 사실 전교나 교리반 개설 등은 본당 신부 중심으로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쉬는 교우들이 다시금 돌아오고 싶어 하는 교회를 만들려고 하니, 우선 내 자신 스스로도 좋은 사목자가 되기 위해 변해야 하고. 암튼 몇 배로 더 힘은 들어요. 또한 쉬는 교우가 돌아오고 싶어 하는 교회는 본당 신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여기 본당 신자들 모두가 함께 동참해야 가능해요.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 신자들이 신앙에 대한 기쁨을 간직하고, 그런 기쁨 가운데에서 성당을 다니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껴야 되잖아요! 그래서 저부터 노력을 해요. 미사와 성무활동, 특히 강론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준비를 하지요.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 안에서 살도록! 그래서 신자들이 자신의 삶을 말씀에 따라 실천하는 삶을 살 때 본당 분위기가 한층 더 살아나더라고요.

또한 유아세례, 혼배성사, 병자방문도 정성껏 거행하고, 그런 와중에 한 분, 한 분씩 돌아오는 쉬는 교우를 만날 때에는 오래전부터 간절히 기다려왔다는 듯이 그분의 마음을 헤아리며 반갑게 맞이해주고! 사목회나 각 단체장 역시 자신들이 회의를 하고, 자신들의 결정에 대해서 스스로가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나는 곁에서 그들의 동반자 역할을 하고. 그러다 보니 그분들도 자발적으로 행동하면서 성당을 보다 더 소중히 아끼게 되고. 암튼 그렇게 차근차근 본당 분위기를 바꾸니, 신자들 스스로가 신앙 안에서 행복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 행복함을 가지고 이웃들, 특히 쉬는 교우들에게 자신의 기쁨을 나누어주었더니 쉬는 교우들이 성당으로 돌아와요. 교리반을 만들어 교적에 신자들 숫자 늘리는 것보다, 쉬는 교우들을 성당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더 힘은 들지만, 그러한 노력을 통해 나와 우리 신자 분들 모두가 동반 성장을 하는 것 같아, 그게 더 가치 있고 뿌듯한 것 같아요.”

대화중에 바닷바람은 무척 차가웠지만, 본당 신자들을 소중히 생각하는 후배 신부의 넉넉한 웃음을 보면서 그 신부가 바다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