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79) 선교사로 산다는 것 2탄!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5-03-31 수정일 2015-03-31 발행일 2015-04-05 제 2938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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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지역에서 선교사 생활을 하는 어느 신부님이 잠시 휴가를 와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도 긍정적인 신부님이었지만, 선교사 생활을 하면서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를 정도로 얼굴이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신부님을 만났던 그날, 물었습니다.

“야, 우리 신부님 얼굴 좋아 보인다. 선교사 생활이 체질인가 봐!”

“에이, 체질은 무슨! 사명이라 생각하고 해요.”

“그래, 힘든 건 없어?”

“힘든 거는 없고요, 가끔 선교지에서 좋은 한국 신자 분들을 만나서 도움받곤 해요.”

“거기 한국 분들 많아?”

“많은 건 아닌데, 다들 좋은 분들 같아요. 아, 맞다. 예전에 이런 일 있었어요. 지금 선교 나가있는 그곳에 도착해서 1년 정도 그 나라 언어 고급반 과정을 배울 때였어요.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수업을 하는데, 한국 분들도 세 분 정도 있었어요. 한 달이 좀 지나서인가 함께 공부하는 한국 자매님이 나에게 다가오시는 거예요. 그러더니 ‘혹시 교회 다니세요?’ 하고 묻는 거예요. 당시에 나는 반에서 말이 없는 편이었어요. 왜냐하면 그 나라 언어를 빨리 배우는 길은 될 수 있는 대로 한국 사람을 안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한국 사람들끼리는 단지 눈인사만 하던 때였어요. 그런데 그날 처음으로 그 자매님과 말을 한 거예요. 그래서 ‘안 다니는데요!’ 그랬더니, ‘그럼 성당은 다니셔요?’ 하고 또다시 묻는 거예요. 순간, ‘이 분이 천주교 신자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말하면 안 되겠다 싶어, ‘예전에는 다녔는데, 지금은 안 다녀요!’라고 말했죠. 그러자 그 순간, 그 자매님이 ‘어머, 형제님, 잘 됐다. 나도 천주교 신자예요. 그리고 형제님 얼굴을 보는 순간 왠지 성당 다닐 것 같았어요. 혹시 시간 되시면 시내에 있는 한인 성당에 꼭 나오셔요. 예전에는 냉담하는 분들이 성당에 다시 나올 때, 고백 성사 보는 것이 힘들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것 막 따지지 않아요. 그냥 편안하게 한 번 오세요.”

“푸하하하. 우리 신부가 졸지에 냉담 교우가 됐네. 선교하러 간 냉담 신부, 푸하하하!”

“그런데 더 한 것은, 그분이 하시는 말이, ‘혹시 한인 성당에 나오기가 정 힘들면, 얼마 전에 선교사로 나온 신부님이 계셔요. 저도 뵌 적은 없지만, 그 신부님이 무척 좋은 분이래요!’ 그러더니 대뜸 나보고, ‘혹시 어디 사세요?’ 하고 또 묻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아파트에 산다고 했더니, 그 자매님이 너무너무 좋아하면서, 내 팔을 붙잡고 흔들며, 펄쩍 뛰더니, ‘아, 잘 됐다. 새로 선교 오신 신부님도 그 아파트에 사신대요. 그 신부님 찾아가서 꼭 만나보세요. 정말 잘 해 주실 거예요.’ 순간, 나는 머릿속으로 ‘어, 그 신부가 혹시 나를 말하는 건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자매님은 부부가 함께 그 나라에 오셨는데, 두 분 다 너무 밝고, 좋으신 거예요. 그리고 아주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그 후 친하게 되어, 정식으로 내가 누구라고 인사를 드렸더니, 그날 자매님에게 정말 맞아 죽는 줄 알았어요, 하하하! 암튼 그 자매님 부부랑 선교지 생활 힘들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어요.”

비록 선교를 나갔지만, 선교지에서 만나는 분들 중에 같은 동포를 만나서 좋은 마음들을 나누는 것도 이리 큰 힘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좋은 마음을 나누며 사는 행복은 세상 어디서나 똑같은 것 같아요.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