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의 아침 일과는 새벽 5시30분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1년 365일, 날마다 똑같은 일상의 시간이고, 소중한 형제들과 함께 나누는 공동 전례와 공동생활이기에 달리 특별한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모든 형제들이 미사 후에 방으로 들어가 수도복을 벗고 평상복 차림으로 식당에 내려와 아침 식사를 하려는 순간, 누군가 밖에서 수도원 초인종을 누른 것입니다. ‘삐리리리. 삐리리리’ 그리고 인터폰 근처에 있던 서품 받은 지 얼마 안 되는 신부님이 전화기를 받았습니다. 아침 식사 전까지는 침묵의 시간이라 그 신부님은 낮은 목소리로,
“찬미 예수님. 수도원입니다. 예? 지금요? 아, 예, 잠시만요. 잠시만 거기에 기다리셔요.”
그러더니 어디론가 급히 갑니다. 우리는 생각하기를 ‘아침 신문 배달사고나 났나! 혹시 동네에 사시는 수녀님이 수도원 형제들을 위해 간식을 가지고 오셨나! 미화원 아저씨가 무슨 일 때문에 찾나!’
그리고 또 다시 별일 없는 아침, 형제들 모두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침 식사가 다 끝나갈 때에도 그 신부님은 식당으로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형제의 아침 식사 분량을 따로 빼 놓고, 나머지 식기들을 치운 후 설거지를 했습니다.
그런 다음 나는 수도원 현관을 지나는데 응접실에 손님이 온 것 같았습니다. 말소리도 들리고! 혼자 생각을 했습니다. ‘누가 이 아침에 수도원을 찾아왔을까! 무슨 인생의 고민이 있어서일까! 얼마나 힘든 일이 있었으면 그렇게 아픈 사연을 들고 여기까지 왔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수도원 마당을 잠시 산책을 한 후 내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응접실 문이 열리고 남자 초등학생 한 명이 책가방을 메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신부님은 꼬마랑 악수를 한 후, 머리를 잘 쓰다듬어주더니,
“그래요, 잘 가요! 또 무슨 일 있으면 찾아오세요. 그런데 아침에 말고 저녁에 오세요!”
그리고 초등학생은 배꼽인사를 하더니, ‘예!’하며 수도원 대문으로 가더니, 사라져버렸습니다. ‘아, 무슨 일이지!’ 그래서 나는 신부님에게 물었습니다.
“무슨 일 있었어?”
그러자 그 신부님은 그냥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아, 저 학생의 학교 숙제가 평소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을 인터뷰하는 것이래요. 그래서 어제 저녁에 본당에 갔더니 본당 신부님이 피정이라 안 계신 거예요. 그래서 시무룩하게 있는데, 자기 엄마 말로는 이곳에 신부님이 아주 많이 살고 있고, 그 중에 한 분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면 된다고 했대요. 그래서 학교가기 전에 부지런히 달려, 여기까지 왔대요. 엄마 말로는 이 곳 신부님들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기도하시기에 별 문제는 없을 거라고!”
“아침에 인터뷰! 푸하하하. 그래, 무슨 내용을 인터뷰했어?”
“글세, 그게 참. 질문이 좀 힘들었어요! 신부님은 왜 신부님이 되셨나, 신부님이 되신 것을 후회하지 않으냐 이런 건데, 맨 마지막 문제가 ‘신부님, 하느님은 어디에 계셔요?’”
웃으며, 내 방에 들어왔는데, 그 질문이 따라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나에게도 인터뷰를 합니다. ‘강석진 수사님. 하느님이 어디 계셔요?’
그리고 혼자 어렵게 답합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계셔야 할 곳에 계시겠지요!’ 그런데도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나는 건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