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살면서 어떤 일은 잘해 보려고 하다가 앞뒤가 꽉 막혀 제대로 못할 때가 있고, 또 어떤 일은 꼬이고 꼬여서 전혀 풀리지 않을 것 같은데 어느 한순간, 일이 저절로 풀렸던 경험이 있으신지요?
그럴 때마다 우리네 인생,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그리고 세상 모든 일이 순리대로 되면 좋겠지만, 때로는 그 순리가 하느님 방식대로 풀릴 때면 그저 ‘감사합니다’라는 고백과 함께, ‘하느님 사랑합니다’를 외치게 됩니다.
어느 성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 성당에는 새로 주임 신부님과 보좌 신부님이 한꺼번에 이동됐습니다. 두 분 신부님은 성당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모든 물품들을 정리정돈을 한 후 성당의 모든 비품은 바꾸지 않고, 현상 유지를 잘하기로 결정을 내렸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솔선수범하여 성당 비품들을 아끼고, 정성스럽게 사용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못내 안타까운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건 성당 담벼락 쪽에 성당 주보성인의 성상이 있는데, 외진 곳에 있어서 그런지 주보성인 성상이 돋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두 신부님은 고민 끝에 주보성인 성상 앞에 전등을 설치한 후 저녁이 되면 성상에 불빛이 비치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신자들의 반응이 좋아, 두 분 신부님도 덩달아 기뻐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보좌 신부님이 마당을 산책하는데, 어떤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그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신부님, 나는 이곳에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인데, 요즘 들어 도대체 잠을 잘 수가 없어요.”
깜짝 놀란 보좌 신부님은,
“할머니, 무슨 일이신데요?”
그러자 할머니는 주보성인 성상을 가리키며,
“저기서 밤에 불빛이 내 방을 비추니, 잠을 잘 수가 없어. 그러니 좀 끄면 안 되나!”
“아, 그러셔요? 그러면 저희들이 밤에 잠깐만 켜 놓고 끄도록 할게요.”
하지만 그 할머니의 말씀에는 그 등을 치우라는 뜻이 더 강했답니다. 보좌 신부님은 이 사실을 주임 신부님께 알렸습니다. 그러자 주임 신부님도 할머니의 반응에 어느 정도 동의하면서, 불빛이 할머니 방으로 안 가도록 방향을 바꾸고, 시간도 조절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주임 신부님이 마당에 있을 때, 그 할머니가 또 찾아온 겁니다.
“저기, 내 말 좀 들어 봐요. 지난번에 이 늙은이가 잠을 못 잔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나는 이제 좀 참을 수 있는데, 나뿐만 아니라 우리 아들, 그리고 손녀딸도 잠을 잘 수가 없대요. 어떻게 좀 해 봐요!”
할머니는 화가 난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싶어, 주임 신부님이 확인해 본 결과, 주보성인 성상 앞에 등을 켜 놓으니 자연스럽게 기도하는 분위기가 생겼던 모양입니다. 특히 신자들은 그동안 주보성인을 잘못 모신 것이 부끄럽게 생각되어 평소보다 더 많은 분들이 그 앞에서 기도를 했답니다.
그렇게 성상 앞에서 기도를 마친 신자들은 땅바닥 쪽으로 내려 깔린 불빛의 방향을 보자, 혹시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그 등을 성인 얼굴 쪽으로 잘 비치도록 방향을 바꿔 놓고 집으로 간 것입니다. ‘아뿔싸!’ 그런 사연을 알게 된 본당 주임신부님은 치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치울 수도 없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