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섭리는 언제, 어느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펼쳐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인간에게 좋은 것만 주시고자 하시는 하느님 사랑을 확신한다면,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은 아주 오묘한 순간에 놀라운 방식으로 펼쳐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사랑이시니까요!
내가 잘 아는 어느 수도회 신부님의 생생한 이야기입니다. 그 신부님은 중학교, 고등학교 때 공부에 뜻이 없었고, 그렇다고 굳이 뭔가가 되겠다고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이 날 이때까지 주일 한 번, 어긴 적이 없었답니다. 신부님의 부모님은 공부를 못해도, 말썽을 피워도 관대하게 다 받아 주셨지만 단 한 가지! 주일 미사에 빠지는 것은 결코 용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집안 분위기에서 지내다 보니 신부님은 학창 시절에 꼬박, 꼬박 주일 미사는 참례를 했습니다. 그런 신부님의 신앙생활을 유심히 지켜보던 어느 수녀님이 계셨답니다. 평소 신부님을 눈여겨보던 수녀님은 그 신부님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를 기다렸다가 그 집을 찾아갔답니다. 그리고 수녀님은 부모님을 설득한 후 신부님을 데리고 그 신부님이 지금 몸담고 있는 수도원을 찾아갔답니다.
이어서 수녀님은 그 수도회 성소 담당 신부님과 원장 신부님을 만나, ‘이 학생은 내가 6년을 지켜본 아이인데, 분명히 성소가 있으니 신학교 시험을 한 번 칠 수 있도록 꼭 허락해 달라’는 요청을 간곡하게 하더랍니다. 영문도 모르고 수녀님에게 이끌려 수도원까지 간 신부님은 신학교 시험을 쳐야 한다는 말에,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당시 분위기가 너무나도 심각하고 긴장해서 차마 아무 말도 못 했답니다.
아무튼 그 신부님은 신학교 입학에 필요한 서류를 다 준비한 후, 당시 대학 입시 제도인 본고사를 준비했답니다. 신학교 입학시험 한 달 남겨두고 날마다 죽어라 공부를 했는데, 정말이지 얼마나 죽어라 공부를 했으면 그때 공부하다 죽을 것만 같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워낙 기초가 없고, 내신이 낮아서 자신이 신학교에 입학할 수 있으리라 생각은 안 했답니다.
그렇게 신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한 후, 결전의 날이 왔답니다. 자신과 비슷한 동료들과 함께 신학교에 가서 시험을 치렀습니다. 그 날 오후, 신학교 입학시험의 마지막 관문인 면접시험이 있었답니다. 그 신부님은 면접이 얼마나 긴장됐는지 그 날의 상황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1월 말 을씨년스러운 겨울의 삭막한 오후. 70여 명 정도의 예비 신학생들이 상기된 얼굴로 면접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얼굴을 아는 친구들끼리는 삼삼오오 모여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면접관 신부님이 무슨 질문을 하실 건지에 대한 궁금증이었습니다.
대기를 하고 있는 도중에, 진행 요원 신학생이 그 신부님의 수험 번호를 부르더랍니다. 그래서 면접실 밖 복도에서 큰 소리로 ‘예’ 하고 대답한 후, 면접장소로 들어갔습니다. 면접실 안에는 세 분의 신부님이 계셨는데 한참 동안 자신의 서류를 보더랍니다. 그동안 흐르는 정적과 고요함! 긴장과 걱정을 하던 신부님의 심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쿵쿵’ 북소리를 내며 뛰었습니다. 신부님 표현으로는 심장이 너무 빨리 뛰다가 멈출 것만 같았답니다. 그러다 학장 신부님이 대뜸 이런 질문을 하더랍니다.
“○○○ 학생. 학생이 평소 제일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뭔가?”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