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325) 공범(?)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6-03-09 11:19:00 수정일 2016-03-09 11:19:00 발행일 2016-03-13 제 2985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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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신부님의 이야기입니다. 어느날, 신부님이 저녁 미사 후 성당 마당에서 미사 오신 신자분들과 인사를 나눈 후 사제관으로 들어가려는데 그날 해설과 독서, 반주하신 분이 사제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신부님은 여느 때처럼,

“오늘 전례 봉사하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여러분들 덕분에 제가 늘 행복해요.”

그러자 세 분의 자매님이 활짝 웃으며,

“정말이셔요? 그럼 오늘만 저희랑 간단하게 저녁식사해요.”

신부님은 평소 그분들이 열심히 봉사해 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있어서 식사 한 번 사드리고 싶었기에, 그 분들의 요청을 기꺼이 수락했습니다. 신부님은 사제관에 들어가 수단을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와, 신자분들을 태운 후 차 시동을 걸며 말했습니다.

“자매님들, 오늘 저녁식사는 제가 대접을 할게요.”

“무슨 말씀이세요! 오늘 저희들이 신부님 식사 대접해 드릴 거예요. 그러니 평소 드시고 싶으신 것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차 안에서 식당 정하는 것 때문에 옥신각신하다가, 신부님이 말했습니다.

“우리 그러면, 여러 가지를 함께 먹을 수 있는 한정식 집이 어떨까요?”

그래서 네 사람은 성당 근처 한정식 집에 가서 가격이 저렴한 음식을 시킨 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가지런한 식사가 계속 되었고, 마지막 식사에 된장국, 콩비지, 생선 조림, 그 밖의 밑반찬과 더불어 작게 만든 떡갈비 4개가 먹음직스럽게 나왔답니다. 불에 노릇노릇, 아주 잘 익은 떡갈비를 보자 신부님은 얼른 집어 먹더니, 맛있다고 신자 분들에게 권했습니다.

그런데 신자 분들은 대답만 ‘예, 예’ 하면서 떡갈비는 안 먹더랍니다. 오히려 신부님이 잘 드시자 ‘신부님께서 맛있게 드신다’면서 자신들 몫까지도 먹으라고 권했답니다. 신자 분들은 마지막까지 작은 떡갈비는 손도 대지 않고, 된장국에 식사를 했습니다. 이를 본 신부님은,

“아니, 떡갈비 안 먹고 남기면 아깝잖아요.”

그렇게 말을 하는 순간, 그날이 사순 시기 금요일이라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날은 바로 금육 날이었고, 신자분들은 나름 금육을 지키고자 떡갈비를 안 먹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알아차린 신부님은 속으로 자신이 떡갈비를 무척 맛있게 먹은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그 순간을 모면하고자 농담 삼아,

“금육 날 규정에 보면, 고기 양이 전체 150그램 미만은 괜찮다고는 하는데!”

그 말을 듣자 신자분들은 안도의 얼굴을 하면서, 작은 떡갈비 한 개씩을 집어 자신의 밥그릇에 놓고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신부님 표현을 빌리자면, 그 분들 눈치는 ‘떡갈비가 맛있기는 한데, 정말 150그램 미만은 괜찮은가! 그런 말은 들어 본 적도 없는데…’였다고 합니다.

결국 신자들까지 작은 떡갈비 한 조각씩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본 신부님은 공범(?)을 만들었다는 안도와 함께 신자 분들이 사순시기를 열심히 사는 모습에 흐뭇했다고 합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사제관에 돌아온 그 신부님은 사제관에 걸린 십자가를 바라보며 예수님과 이런 대화를 했답니다.

“주님, 제가 오늘 신자들과 떡갈비를 ‘쬐끔’ 먹었습니다. 사실 신자 분들 잘못이 없고, 제가 공범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주님, 남은 사순시기 동안 제가 다 보속하며 살겠습니다.”

금육 날 떡갈비를 맛있게 먹고 신자들도 공범(?)으로 만든 그 신부님은 지금도 신자들과 함께 겸손한 모습으로 잘 살고 있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