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326) 첫사랑, 신학생 (1)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6-03-15 수정일 2016-03-15 발행일 2016-03-20 제 2986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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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혹시 이 말을 들으면 아직까지도 가슴이 설레는 분이 있으신지요? 그냥 가슴이 쿵쿵 뛰고, 하루 종일 그 사람 생각만 나고, 그 사람이 내게 했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온통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지요? 첫사랑, 그 사람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원래부터 만나게 될 운명이었다고, 우리는 그 때 만나야 할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그 아련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분이 있으신지요?

비록, 첫사랑이 지금은 먼 먼 추억이 되었거나, 혹은 지금 첫사랑을 느끼며 살아가는 분도 있겠지만, 그 당시 순수했던 사랑은 세월이 아무리 흐르고, 시간이 아무리 지났어도 가슴 한 켠 아련한 그리움으로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느낌 때문에 긴 호흡을 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고, 바로 그것에 첫사랑이 주는 선물이 아닐는지요! 첫사랑, 인간 삶 안에서 아름답게 살아있는 아련한 숨결 같습니다.

평소 자기 자신의 일을 묵묵하게 하시는 마음이 순박한 자매님이 계십니다. 그 분에게는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있는데, 그 아들은 자신의 꿈이 사제가 되고 싶어서 예비 신학생 모임을 부지런히 다닙니다. 자매님의 남편은 성실하면서 재미있는 분입니다. 그 자매님의 시댁 식구들은 천주교 신자가 아니며, 남편도 자매님 때문에 천주교를 믿었기에 신앙생활이 그다지 열심한 편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남편은 사제가 되고 싶어서 예비 신학생 모임을 다니는 아들에 대해서 언제나 격려해 주는 편입니다.

예전에 그 부부의 초대로 집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가벼운 식사와 다과를 나누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그 날 따라 그 자매님의 남편과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가 관심 분야에 대한 코드가 맞아서 그런지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데, 갑자가 자매님이 나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신부님,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혹시 우리 아들이 신학교에 가서 신부 수업을 받는다고 할 때, 정말 마음에 드는 여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면 어쩌죠? 그럴 때 나는 뭐라고 말해 주어야 할지, 저는 그게 고민 아닌 고민으로…. 어찌 되겠죠?”

순간 나는 차를 마시다 말고, 입에 물고 있는 차를 그냥 뱉을 뻔 했습니다. 아들이 아직 신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자매님의 엉뚱한 상상이 너무 재밌게 느껴져서 웃다가 차를 흘릴 뻔 했습니다.

“푸하하하, 자매님, 그런 고민은 이 다음에 아들이 신학교에 들어가걸랑 하셔도 충분히 되요. 아직 신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그러자 형제님은 그 말이 무슨 이야기인지를 아는 듯이 피식 웃기만 했습니다. 순간, 내 머리 속으로는 ‘앗, 두 분 사이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구나!’ 싶은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래서 순박한 우리 자매님의 ‘유도 심문’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나는 이것저것을 가볍게 물었는데 어떤 질문이 정곡을 찔렀던 것 같습니다.

“혹시 자매님, 예전에 신학생을 좋아했어요?”

그 말에 자매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남편은 곁에 껄껄거리며 웃으셨습니다.

“우와, 신부님, 대단하시다. 그걸 어떻게 맞추셨어요? 우리 집 사람 첫사랑이 글쎄, 신학생이었대요, 신학생!”

결국 나는 마시던 차를 컵에다 쏟고 말았습니다.

“진짜요, 신학생을? 그리고 그 당시 신학생에게 가진 감정이 얼마나 설렜으면 얼굴까지 빨갛게 달아오르실까!”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