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354) 놀라운 열정 계속 이어지기를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6-10-04 수정일 2016-10-05 발행일 2016-10-09 제 301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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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성지에 순례 온 예비신자들, 봉사자들 함께 순례미사를 봉헌하고 사제관에 들어왔습니다. 세례받기 직전의 과정으로 성지에 순례 온 그분들과 미사를 드리면서, 문득 얼마 전에 영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형제님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 형제님은 영세 준비를 하면서 무척 행복했고, 자신이 세례를 받게 된다면 성실한 신앙인이 되겠다고 다짐을 했답니다. 드디어 세례를 받는 날! 주임 신부님으로부터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요셉에게 세례를 줍니다’는 그 말을 듣는데, 흐르는 성수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답니다.

처음으로 예수님의 몸과 피를 모실 때에는 자신이 어떻게 ‘아멘’이라고 했는지도 모르게 자리로 들어왔고, 고개를 묻은 채 통곡하며 울었답니다. 이어서 미사 말미에 신부님은 공지사항을 전달했고, 그 다음에 ‘가톨릭 계통의 어느 신문사’에서 홍보를 나온 모양입니다. 그 형제님 말로는 아직 눈물이 그치지 않아 속울음으로 우는데, 그 신문사에서 나온 직원분의 구독 신청 권유를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형제님은 신자로서 교회 신문을 구독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래서 미사 후에 새 영세자들과 함께 단체 사진과 개별 사진을 찍은 후 이내 곧 마당에서 신문 구독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그리곤 그 다음 날 월요일, 자신이 지금까지 구독하고 있던 일간지 구독을 당장 중지했습니다. 그 형제님 표현으로, 그 일간지는 끊는 과정이 너무 어려웠고, 심지어 안내 담당자가 ‘왜 구독을 끊느냐’는 질문을 꼬치꼬치 하길래, 그 형제님은 당당하게 ‘나는 하느님 안에서 새로 태어난 사람이라, 이제 하느님 소식만 듣겠다’고 말했답니다. 그리고 나서 가톨릭 계통의 신문이 집으로 배달되기를 기다렸답니다. 그렇게 월요일, 화요일…. 신문이 배달되지 않자, 그 형제님은 마음속으로 ‘신문이 곧 오겠지’ 했답니다. 수요일, 목요일도 신문이 안 오자, ‘곧 오겠지’ 했답니다.

드디어 금요일 날 신문이 도착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형제님은 기쁜 마음에 그 신문의 기사를 하나도 빠지지 않고 읽었고, 자신 스스로, ‘하느님의 사람은 교회 일에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지’ 하면서 뿌듯해 했답니다. 이어서 그 다음 날 토요일 아침에도 신문을 기다렸는데 주일이 될 때까지도 신문이 오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형제님은 ‘천주교 계통의 신문은 주일에 쉬는구나!’ 하며 월요일을 기다렸답니다. 그런데 월요일, 화요일에도 신문이 오지 않자 무슨 배달 사고가 났는지 궁금해 하면서, 신문사에 전화를 걸었답니다.

“저기, 어제 월요일하고, 오늘 화요일, 신문이 안 왔는데, 배달 사고가 난 것 같아요?”

“아, 고객님, 저희 신문은 매일 발행되는 일간지가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발간하는 주간지인데요!”

세례식 날, 신앙에 대한 너무 뜨거운 열정으로, 신문을 소개하는 분이 주간지라는 말을 제대로 못 듣고, 일간지로 알았던 것입니다. 그 형제님은 그래도 싱긍벙글, 하느님 자녀가 된다는 것이 너무 좋아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형제님, 그 열정 오래도록 잘 간직하시길 바라요!’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