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356) 우랑아, 우리 복순아!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6-10-18 17:01:39 수정일 2016-10-18 23:28:39 발행일 2016-10-23 제 3016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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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내가 잘 아는 분의 어머니가 선종하셔서 병원 영안실에 간 적이 있습니다. 영안실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소박한 제대를 차린 후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미사 봉헌 후 돌아가려는데, 유가족 분들이 저녁 식사를 하고 가라고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빈소를 차린 지가 얼마 되지 않고, 다른 유가족들이 문상객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나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서, 급히 사제관으로 돌아갈 일이 있다며, 위로의 말을 건넨 후 급히 나왔습니다.

그렇게 나오려는데 아는 지인 분들이 따라 나오시더니, 차로 사제관까지 태워 주겠다는 것입니다. 내가 아무리 완강하게 거부를 해도, 그분들 역시 완강하게 억지를 부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사제관으로 돌아오다가, 그분들에게 저녁 식사는 하셨는지를 여쭈었더니, 급히 나오는 바람에 못 먹었답니다. 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에, ‘근처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시겠느냐?’고 제안을 했더니, 좋아하셨습니다.

가는 길에 ‘할머니 청국장’ 집이 보여 그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우리 일행은 청국장과 순두부를 시켰고, 이윽고 내가 시킨 순두부가 나왔습니다.

그 식당에선 식탁마다 바구니를 두고 날계란을 몇 개씩 담아 두어서, 나는 뚝배기 안에 계란을 하나 넣은 다음, 또 하나를 더 넣으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연세가 90세는 족히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어느새 오셨는지, 내 팔을 꽉 붙잡으시더니, ‘계란 두 개를 넣으면 맛이 없어!’하며 말렸습니다. 순간 나는 괜한 오기가 나서, ‘에이, 어르신, 저는 계란을 두 개 정도는 먹어야 기운이 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일행은 식사를 하는데, 할머니는 식당 안의 그 많은 사람들은 안 보고 우리 식탁 주위만 맴돌았습니다.

식사 도중에 종업원 중 한 분이 할머니에게 저녁 드시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고, 할머니 역시 조금 있다가 먹겠다고 대답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도 밥을 먹다 말고 그 할머니를 향해, ‘어르신, 식사 좀 하셔요’ 했더니, 할머니는 내게 다가와 당신 배를 살짝 보여 주시면서, ‘요즘, 배가 나와서 고민이야, 고민. 그래서 저녁 안 먹으려고!’ 그런데 왠지, 내 배가 더 뜨끔했습니다.

그 후로 할머니는 밑반찬을 더 달라고 말하기도 전에, 우리 식탁으로 미리 가져다주셨습니다. 그리고 나는 할머니가 계속,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화장실 가려는 듯하면서 계산을 하려는데, 그 할머니가 내 얼굴을 쳐다보신 후, 방글방글 웃으시며, 내 어깨와 머리를 쓰다듬으시더니,

“우리 우랑이, 복순이! 그래 잘 먹었어? 우리 복순이, 우리 우랑아.”

할머니의 그 말씀을 나만 들었기 망정이지, 살다가 정말 처음으로, 처음 뵙는 할머니에게 어깨 토닥임과 머리 쓰다듬음을 받았습니다. 내가 할머니에게 저녁 드시라는 말 한마디 했는데, 그게 고마우셨나봅니다. 그런데 나는 할머니의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내가 최고의 찬사를 받은 건가, 아니면, 할머니가 내 외모를 보고 정확하게 표현한 건가, 그걸 모르겠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