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358) 미소 운동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6-11-01 수정일 2016-11-04 발행일 2016-11-06 제 3018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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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형제들의 양성을 책임 맡고 있는 어느 수도회 신부님이 있습니다. 그 신부님의 속마음은 정말로 따뜻한데, 그 신부님과 함께 사는 젊은 수사님들은 무서워 벌벌 떤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신부님의 첫인상이 무뚝뚝할 뿐 아니라, 짙은 일자(一字) 눈썹을 소유하고 있기에 한층 더 험상궂게 보입니다. 예전에 그 신부님을 모임에서 뵌 적이 있는데, 얼굴 표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첫인상이 ‘무섭다’에서, 조금은 ‘상냥하고 친절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물었습니다.

“형님, 얼굴이 많이 부드러워 보여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셨나!”

“에이, 농담도. 그런데 정말 내 얼굴이 부드럽게 보여?”

“정말 그래요. 좋은데요.”

“그래? 효과 있네!”

“무슨 효과? 얼굴에 피부를 부드럽게 만드는 주사 좀 맞았나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그 신부님이 사는 지역은 마을에서 좀 들어간 시골이고, 버스 타러 가려면 10분 정도 걸어야 하는 한적한 곳입니다. 그리고 길 양 옆으로 논과 밭이 있고, 길 가운데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시는 집이 한 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집 마당에는 과일 나무 몇 그루가 있어서, 평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과일이 익으면 젊은 수사님들에게 나누어준답니다. 그래서 젊은 수사님들은 학교를 가거나, 시장을 갈 때면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인사를 잘했고, 그러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착하게 생긴 형제들을 기특해 하셨답니다.

그 신부님이 그곳으로 발령을 받아 간 지 며칠 후! 형제들과 함께 승합차를 타고 어디를 가야 할 일이 생겼답니다. 그래서 그 신부님이 차를 운전하고 가는데, 그 할머니가 걸어서 버스 정류소로 가더랍니다. 그 신부님은 형제들로부터 할머니 이야기를 들었기에, 인사를 드릴 겸 해서 차를 잠시 멈춘 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할머니에게 다가가서 말했습니다.

“할머니, 어디까지 가세요?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순간, 할머니는 깜짝 놀란 얼굴을 하며, 그 신부님을 쳐다보며 말했답니다.

“아니, 당신이 누군지 알고 내가 당신 차를 타. 일 없어.”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젊은 형제들은 차 안에서 웃음을 터트렸고, 당황한 그 신부님은,

“할머니, 저는 저 집에 사는 신부입니다. 제 얼굴 모르시겠어요?”

“이 사람이. 내가 그걸 어떻게 믿어? 험상궂게 생겨가지고. 저리 가.”

그리고 할머니는 뒤도 안 돌아보고 버스 타는 곳으로 걸어갔고, 그 신부님은 풀이 죽은 모습으로 승합차에 올라 타, 긴 한숨을 쉬었답니다. 그 후, 그 신부님은 결심했답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매일 10분씩 운동을 하기로. 거울을 보고, 입 꼬리를 올리며, ‘기-임-치-이-이’, ‘기-임-치-이-이.’ 그런데 그 신부님 말처럼 얼굴 표정이 좋아지더랍니다. 그러면서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답니다. 예전에 ‘도에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을 가지고 자신에게 접근하던 어떤 여자가 자신의 얼굴을 보고, 말도 못하고 도망간 이야기를 하면서, 미소 운동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소 운동이라! 사실 그 운동은 우리 모두가 평소에도 자주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미소가 미소를 짓는 사람과 미소를 보는 사람, 서로의 마음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행복의 매개체이기 때문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