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364) 군종 신부님과 수녀님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6-12-14 10:49:28 수정일 2016-12-14 10:53:28 발행일 2016-12-18 제 302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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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 신부님 한 분이 군일주일을 맞이해 어느 본당에 모금을 하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벽미사를 마친 후 성당 마당에 나와보니, 본당 주임 신부님이 안 나와 계시더랍니다.

순간, ‘아…, 아침은 어떡하지!’ 본당이 좀 외진 곳에 있어서 근처에 식당도 안 보이고, 다짜고짜 사제관에 들어가서 아침밥을 달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고민에 빠진 신부님은 할 수 없이, 성당마당을 왔다갔다 하는데, 원장 수녀님이 그 모습을 보셨습니다. 그 수녀님은 신부님께 조심스레 다가가,

“우리 군인 신부님, 오늘이 군인주일인데 아침 식사는 어떻게 하셔요?”

군종 신부님은 겸연쩍은 듯,

“그냥 교중 미사 때까지 기다리죠, 뭐!”

“에이, 그러지 말고, 괜찮으시면 저희 수녀원에서 간단하게 함께 드실래요?”

그러자 신부님은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수녀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원장 수녀님과 전례 수녀님, 두 분이 사는 공동체인데 손님 신부님 오셨다고 급하지만 예모를 갖춰 아침식사를 차려 드렸답니다. 그런데 군종 신부님이 원장 수녀님이 음식 준비를 하는 걸 보니, 한 쪽 팔을 잘 못쓰더랍니다. 그래서 군종 신부님 왈,

“원장 수녀님, 어디 편찮으신데 있으셔요?”

그러자 원장 수녀님은

“아니, 좀. 목이랑 허리에 디스크가 와서 병원에서 수술을 하라고 하는데, 저는 좀 나이도 있고 그래서 수술은 안 하고 싶어 이렇게 아파도 좀 참고 지내고 있어요.”

그렇게 그 날 아침, 군종 신부님과 두 분의 수녀님이 함께 조촐하지만 마음 따스한 식사를 했고, 그 군종 신부님은 아침밥 힘으로 그 날 교중미사랑 저녁미사까지 잘 봉헌하고, 군인주일 홍보를 잘 하고 갔답니다.

사흘 후. 수녀원으로 군종 신부님이 원장 수녀님을 모시러 찾아 왔답니다. 군종 신부님은 주변 분들을 다 섭외해, 연세 많으신 원장 수녀님의 목이랑 허리 디스크를 치료해 줄 적당한 분을 찾았고, 한의학과 물리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분을 만났답니다. 그래서 군종 신부님은 이내 곧 수녀원에 찾아가서 원장 수녀님을 모시고 그 곳으로 모시고 갔고, 그 분께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선생님, 수녀님이 무슨 돈이 있습니까? 제가 비용을 댈 테니, 우리 수녀님 좀 낫게 해 주세요.”

그러자 그 선생님도,

“에이, 저도 신자예요. 비용 걱정은 하지 마시구요, 제가 알아서 최선을 다해 치료 해드릴게요.”

그리고 군종 신부님은 다른 지역으로 군 사목을 떠났고, 원장 수녀님은 정상적으로 활동하며 지내고 있답니다.

사실 세상에서 가장 호흡이 잘 맞는 관계라면 성직자와 수도자가 아닐까합니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호흡이 안 맞으려면 성직자와 수도자처럼 안 맞는 사이가 없습니다. 진심이 진심에게 마음을 건넨다면, 바로 그 진심이 모두의 관계를 잘 보듬어 줍니다. 아무리 맞지 않는 마음이라도, 진심만 있다면…, 그 진심이 모두의 마음을 잘 열어 줄 것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