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365) 착한 마음, 착한 나눔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6-12-21 수정일 2016-12-21 발행일 2016-12-25 제 3025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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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회 형제가 목 디스크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시간을 내어 후배 형제와 함께 병문안을 갔습니다. 누워있던 그 형제는 우리를 보자 무척 반가워했습니다. 그런데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형제는 병원 측에선 목 디스크가 심하다고 수술 이야기를 하는데, 수술을 해야 할지 아니면 물리치료로 극복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병실에서 수다를 떠는데, 자매님 네 분이 과일과 두유 등을 들고 병문안을 오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은 자리를 비워드리려 하는데, 자매님들이 먼저 우리에게 과일을 다 씻어 왔다면서 환자인 형제와 함께 드시라면서 환자용 식탁 위에 준비를 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본의 아니게 그분들이 환자를 위해 가지고 온 음식을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특히 과일만 보면 속으로 환장을 하는 나는 쉬지 않고 과일을 먹으면서, 겉으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고, 이 맛있는 거…, 우리 환자가 다 먹어야 하는데, 우리가 다 먹게 생겼네!”

그런데 네 분의 자매님 중에 한 분이 함께 병문안 간 형제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수사님, 지난 번 수도원 성소후원회 미사 때 종신서원식 축하식이 있었는데, 그때 수도원 들어오게 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해 주신 분 맞죠? 교통사고로 죽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이야기인데…!”

그러자 그 형제는 놀란 눈을 둥그레 뜨며,

“어, 그 이야기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네요. 맞아요, 제가 그 사람이에요.”

이때 나머지 세 분의 자매님이,

“어머, 그 이야기, 우리에게도 들려주세요. 우리도 듣고 싶은데. 수사님, 해주시면 안 돼요?”

그러자 그 형제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지난번에 다 했던 이야기인데…. 음, 과일을 먹었으니, 과일값이라도 해야죠.”

그러면서 그 형제는 자신이 수도원에 들어오기 전, 촬영 감독을 했고 그날도 촬영하러 가는 도중에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목이 부러져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 후에 응급으로 대수술을 몇 번 받았고, 당시엔 혼자 대소변도 가릴 수 없어서 어머니가 다 받아준 이야기와 함께 정말이지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들을 담담하게 들려주었습니다.

그 후 하느님께서 다시 살려주실 것이라는 부모님의 믿음과 격려에 힘입어, 그리고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은 후에 기적적으로 조금씩 걷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신앙의 힘으로 이 악물고 재활에 힘써 거의 완치 판결을 받은 이야기를 눈물, 콧물, 웃음, 감동을 곁들여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갈 정도로 말했습니다.

그날, 나뿐만 아니라 목 디스크로 고생하는 그 형제도 힘을 얻었고, 무엇보다 병문안 오신 자매님들은 대림시기에 피정 강론을 들었다면서, 지금 자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묵상거리를 안겨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다 착한 마음으로 병문안을 왔고, 과일을 나누듯 삶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다시금 하느님 은총을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아무 것도 나누지 않은 나는 혼자 과일로 배를 채워서, 배만 잔뜩 불러 왔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