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회 형제가 목 디스크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시간을 내어 후배 형제와 함께 병문안을 갔습니다. 누워있던 그 형제는 우리를 보자 무척 반가워했습니다. 그런데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형제는 병원 측에선 목 디스크가 심하다고 수술 이야기를 하는데, 수술을 해야 할지 아니면 물리치료로 극복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병실에서 수다를 떠는데, 자매님 네 분이 과일과 두유 등을 들고 병문안을 오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은 자리를 비워드리려 하는데, 자매님들이 먼저 우리에게 과일을 다 씻어 왔다면서 환자인 형제와 함께 드시라면서 환자용 식탁 위에 준비를 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본의 아니게 그분들이 환자를 위해 가지고 온 음식을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특히 과일만 보면 속으로 환장을 하는 나는 쉬지 않고 과일을 먹으면서, 겉으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고, 이 맛있는 거…, 우리 환자가 다 먹어야 하는데, 우리가 다 먹게 생겼네!” 그런데 네 분의 자매님 중에 한 분이 함께 병문안 간 형제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수사님, 지난 번 수도원 성소후원회 미사 때 종신서원식 축하식이 있었는데, 그때 수도원 들어오게 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해 주신 분 맞죠? 교통사고로 죽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이야기인데…!” 그러자 그 형제는 놀란 눈을 둥그레 뜨며, “어, 그 이야기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네요. 맞아요, 제가 그 사람이에요.” 이때 나머지 세 분의 자매님이, “어머, 그 이야기, 우리에게도 들려주세요. 우리도 듣고 싶은데. 수사님, 해주시면 안 돼요?” 그러자 그 형제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지난번에 다 했던 이야기인데…. 음, 과일을 먹었으니, 과일값이라도 해야죠.” 그러면서 그 형제는 자신이 수도원에 들어오기 전, 촬영 감독을 했고 그날도 촬영하러 가는 도중에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목이 부러져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 후에 응급으로 대수술을 몇 번 받았고, 당시엔 혼자 대소변도 가릴 수 없어서 어머니가 다 받아준 이야기와 함께 정말이지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들을 담담하게 들려주었습니다. 그 후 하느님께서 다시 살려주실 것이라는 부모님의 믿음과 격려에 힘입어, 그리고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은 후에 기적적으로 조금씩 걷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신앙의 힘으로 이 악물고 재활에 힘써 거의 완치 판결을 받은 이야기를 눈물, 콧물, 웃음, 감동을 곁들여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갈 정도로 말했습니다. 그날, 나뿐만 아니라 목 디스크로 고생하는 그 형제도 힘을 얻었고, 무엇보다 병문안 오신 자매님들은 대림시기에 피정 강론을 들었다면서, 지금 자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묵상거리를 안겨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다 착한 마음으로 병문안을 왔고, 과일을 나누듯 삶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다시금 하느님 은총을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아무 것도 나누지 않은 나는 혼자 과일로 배를 채워서, 배만 잔뜩 불러 왔습니다.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