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회 형제들이 서품되는 모습을 볼 때면, 그저 대견하고 기특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이 느낌을 주변 분들과 나누었더니 그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시는 말씀.
“그건 강 신부님이 나이를 좀 많이 먹어서 그래요. 음, 다시 말해 늙었다는 증거입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속으로 ‘내가 늙기는 왜 늙어!’라고 말했습니다. 새 사제와 부제들이 수도원에서 형제들과 첫 미사를 봉헌하는 날. 제의실에서 새 사제와 부제들이 수도복 위에 새 장백의와 새 띠, 새 영대, 그리고 새로운 제의를 입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가 흘러 나왔습니다. ‘우리 형제들, 제의가 너무 잘 어울린다. 아유, 귀여운 형제들.’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내가 진짜 늙었나! 아냐… 아냐…’ 화들짝 놀라 황급히 성당의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미사는 시작되고, 새 사제들과 새 부제들이 달달달 떨면서 드린 첫 미사가 끝나고 감사의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왔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데, 신학부를 마치고 외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서품을 받기 위해 들어온 형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가 수도 사제로 살 수 있도록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주저리주저리) … 수도자로서 그리고 성직자로서 열심히 살고 … (중얼 중얼) … 마지막으로, 외국에 살 때 읽은 책의 내용을 나누고자 합니다. 예전에 성경을 모국어로 번역해서 신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던 때, 북극 지방 에스키모의 성서학자들이 커다란 문제에 봉착했답니다. 그건 성경에 ‘제자들이 예수님을 뵙고 몹시 기뻐하였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몹시 기뻐하였다’는 말에 적합한 단어가 에스키모 말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찾다 찾다가 가장 적합한 단어를 찾았는데, 그건 다름 아닌 ‘(너무나 반가워) 꼬리를 흔들다’라는 말이랍니다. 그래서 에스키모인들의 성경에는 ‘제자들이 예수님을 뵙고 꼬리를 흔들었다’라고 되어 있답니다. 저는 그 말뜻이 오히려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삶, 제가 한 평생 사제로 살면서 예수님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수도 사제로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제가 주님께 열심히 꼬리를 흔들 수 있도록(이 장면에서 실제로 그 신부는 한 손을 자기 엉덩이 쪽으로 가져가서 한 손으로 꼬리를 흔드는 흉내를 내더니), 여기 계신 수도회 모든 수사님들께서는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새 신부님은 너무나도 진지하게 인사를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있던 모든 수사님들은 ‘주님을 뵙고 꼬리를 흔들었다’는 말이 너무 웃겨서 성당 바닥에 자지러지고 말았습니다. 나도 수사님들과 함께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래, 나는 주님을 만나고 싶어 꼬리를 흔들고, 그 주님을 만나는 기쁨으로 꼬리를 흔들고, 그 주님 안에서 행복을 찾기에, 바로 그 주님 때문에 꼬리를 흔들며 살아가는 존재로구나!’ 나도 남은 인생, 주님을 만나고 싶은 그 기쁨에 꼬리를 흔드는 삶을 살기로 결심해 봅니다.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