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탄핵하는 매우 특이하고 불안한 시국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다른 한편에서는 탄핵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차기 대통령 선거를 위한 후보들의 경쟁이 시작됐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여러 제도적 제안과 토론도 진행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개헌론이 대세를 이루는데, 주로 정부와 권력의 개편에만 그 논의가 집중돼 있다. 그런데 시민사회에서는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생태환경헌법 개헌안을 내놓기 위한 신선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행 헌법 제35조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 환경권 조항만으로는 현재의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와 지구환경 파괴에 대한 대처로는 미흡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생태헌법 논의는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프랑스는 헌법 전문에 “2004년 환경헌장에 규정된 권리와 의무에 구속됨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환경헌장은 환경이 인류의 공동재산이라고 선언하고, 환경과 조화되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환경보호의무 조항을 두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2008년에 개정된 에콰도르 헌법은 ‘자연의 권리’를 전면으로 인정하는 헌법조항을 신설했다. 자연의 권리를 국제연합 차원에서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들도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의 생태헌법 개정 논의를 위해서는 우선 헌법의 기본 원리에 해당되는 헌법 전문의 추가적 개정을 검토해 볼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지구는 ‘공동의 집’이라고 했다. 그리고 공동의 집은 미래 세대와도 공유되어야 한다. 미래 세대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서 지구 공동의 집을 보존한다는 선언이 추가되어야 한다.
현행헌법의 근본 규범은 국민 주권과 함께 헌법 제10조의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는 조항에 담겨 있다. 생태적 삶의 가치를 헌법에 담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간 존엄 외에 생명 존중과 지구생명계에 대한 국가의 적절한 보호 의무가 신설돼야 할 것이다. 만일 헌법 전문과 제10조의 근본규범이 이런 방향으로 개정되면, 환경권은 물론, 경제질서 등에 관한 다른 헌법 조문들도 환경통합적 내용을 담는 방향으로 개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우리 헌법이 생태헌법으로 변신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기 어렵다. 생태환경의 위기 정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국민과 정치권에 충분히 공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는 환경문제를 부차적 이슈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탄핵정국이라는 비상상황에서 미래지향적 근본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합의도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모처럼 개헌이 이슈화하는 현재 시기에 생태헌법 개헌론은 현시대 흐름을 반영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머지않아 우리는 생태헌법이 실현될 날을 맞게 될 것이다. 한 나라의 공동체가 자연을 자원으로 치부한 근대 헌법의 입장과 가치를 지양하고 생태헌법을 갖게 될 때 궁극적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