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박우곤(알렉시우스)씨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7-03-14 수정일 2017-03-14 발행일 2017-03-19 제 3036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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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하느님 위해 쓰이는 도구일 뿐

■ 내가 일어나리라

‘주님 빚어 주소서 나를 새롭게 하소서 주님 힘을 주소서 내가 일어나리라’

말 한마디는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한다. 반대로 말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상대방을 고통 속에 빠트리기도 한다. 박우곤(알렉시우스)씨는 2007년 ‘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됐다.

“저에게 과분한 자리를 맡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너무 많은 시기질투와 모함의 말을 들었어요. 여러 말들이 저를 힘들게 했죠. 아침이 두려웠습니다.”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이 안 오길 바랐다. 아침에 일어나면 벅찬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선율과 가사가 떠올랐다.

“머릿속에 맴돌던 선율을 악보에 옮겨 적으면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숨으려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하느님을 믿기보다 사람들을 의식하고 있었죠. 하느님께서는 저를 사랑하시는데 저는 그걸 잊고 있었어요. 그래서 간절히 청했습니다. 다시금 주님의 사랑으로 회복하고 일어설 수 있게 해달라고. 그때 쓴 곡이 ‘내가 일어나리라’ 입니다.”

박우곤씨는 하느님을 찬양하고 싶어 생활성가 가수가 됐지만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을 버릴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성가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활동했지만, 뜻대로 되는 것은 없었다. 그때 하느님께 의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느님의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힘든 시기였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하느님께 의탁하고 다시금 일어난 은총을 곡에 담았고, 그 곡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았어요. 곡이 아주 좋다는 말도 가끔 듣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저는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됐습니다. 저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하느님께 의탁할 때,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쓰일 뿐이죠.”

■ 시몬의 고백

‘나를 위해 그 길을 가셨음을 나 대신 십자가를 지셨음을’

사순시기에 부를 성가를 만들기 위해 기도를 시작했다. 사순기간 동안 성체 앞에 앉아 묵상하고 기도하며 곡을 주시길 매달렸다. 그러던 중 성주간 목요일 아침이 되었다.

“그날도 성체 앞에 앉아 묵상하고 있었는데 순간 선율이 떠올랐습니다. 그 선율을 붙잡고 정신없이 곡을 써내려갔습니다. 어떻게 썼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요. 멜로디를 다 쓰고 잠시 묵상하는데 키레네 사람 시몬의 입장에서 십자가의 길을 바라보게 됐어요.”

시몬의 입장에서 묵상하니 억울한 마음이 떠올랐다.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을 받아야 했고, 던지는 돌도 맞아야 했다. 예수님은 더 이상 걸을 힘도 없어 십자가에 매달려 계신 듯했다.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 길은 힘겹고 고통스럽기만 했다. ‘왜 내가 십자가를 져야 하는지 억울한 마음 분노한 마음뿐입니다’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그 십자가는 나를 위해 지신 십자가였다.

“예수님께서 나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고 가셨던 것입니다. 나 대신 십자가를 지셨는데 나와는 상관없다 말하고 있었던 거죠. 그 순간 회개와 감사의 마음이 올라왔고 그것을 곡에 담았습니다.”

신동헌 기자 david983@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