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녹색연합 공동 생태·환경캠페인
‘우리 자신이 최종 결정을 내리고 모든 것을 그저 우리의 소유물로 여겨 우리 자신만을 위하여 사용한다면 피조물이 손상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찬미받으소서」 제6항)
이명박 정부는 2009년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내놓고 ‘생명이 넘치는 강,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사업 취지를 밝혔다. 출발은 거창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5가지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수질 개선과 하천 복원을 통한 건강한 수(水) 생태계 조성을 꼽았다. 4대강 사업계획이 발표되자 학계와 시민단체는 대부분 반대 의견을 냈다. 찬성 의견도 일부 있었다. 결과적으로 4대강 사업은 실패이자 재앙으로 드러났다. 4대강 사업에 따른 과도한 준설과 보 건설은 물고기를 떼죽음에 이르게 했다. 어류의 집단 폐사는 일부 구간이 아니고 4대강 전역에서 발생했다. 4대강 사업 실패의 명백한 증거다. 생태계 보호 대책이 부실했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 4대강 물고기 떼죽음 4대강 공사현장에서 물고기가 대규모로 떼죽음 당했다는 보고는 2010년 1월 금강에서 처음 나왔다. 공사현장에서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집단으로 폐사한 모습이 발견됐다. 금강에서는 2010년 11월경에도 준설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민물조개류가 집단 폐사했다. 금강에 이어 남한강에서는 2010년 4월 물고기 떼죽음이 처음 보고됐다. 역시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물이 빠진 강바닥에 나뒹굴고 있었으며 공사현장 관계자는 폐사 사실을 숨기기 위해 물고기를 생매장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남한강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과거에 비해 물고기가 10분의 1로 줄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낙동강에서도 2011년 4월 합천창녕보 공사구간에서 멸종위기 1급인 귀이빨대칭이 1만 마리가 떼죽음 당했다. 영산강에서는 2011년 1월과 2012년 3월 물고기 집단 폐사가 일어났는데 준설 공사를 하면서 물이 빠지는 웅덩이에서 물고기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 4대강에 이사 온 ‘큰빗이끼벌레’ 2014년 여름, 금강을 시작으로 낙동강, 영산강, 한강 등 4대강 모든 수계에서 이름 모를 생물이 출현했다. 언론에서 ‘4대강 괴물’로 불린 이 생물은 ‘큰빗이끼벌레’로 나뭇가지나 돌, 구조물 등에 붙어 몸을 불리며 자란다. 본래 강에서는 살지 못하고 주로 호수나 늪 같은 고여 있는 물에서 서식한다. 고여 있는 물(정수역)에 사는 서식종이 강에 폭발적으로 번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며 흐르는 강이 보에 의해 멈췄기 때문이다. 유수(흐르는 물) 생태계와 정수 생태계는 전혀 달라 흐르는 강에 살던 생물들은 멈춘 강에서는 살 수 없다. 4대강 사업으로 생물종이 점차 단순화되고 다양성이 감소한 것이다. 한마디로 4대강 사업 이후 연쇄적으로 발생된 문제 안에 큰빗이끼벌레가 ‘고인 물은 썩는다’는 이치에 따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큰빗이끼벌레는 ‘4대강 괴물’이라기보다 4대강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4대강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면 강은 스스로의 생명력으로 본디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자료·사진 제공 녹색연합rn정리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