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다면 구원을 확신해도 좋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407~421항 태생적으로 존재하는 인간 원죄 악으로 기울어지는 성향이 본성 하느님 뜻과 자신의 뜻 충돌하는 영적 다툼은 구원을 향한 여정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들은 이 모든 책임이 아버지에게 있다고 믿었습니다. 모범생이었던 아들은 비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못된 친구들과 어울리며 경찰서까지 들락거렸습니다. 매번 아버지가 학교와 경찰서에 불려오셨지만 아들은 미안해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조금 심각한 사고를 저질렀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훔친 것입니다.
아들은 유리창 너머로 교무실에서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젊은 선생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정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들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여 일류대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됩니다. 라디오에서 들은 사연입니다. 아들이 진정 아버지의 아들이 되기 시작한 것은 비뚤어지고 싶은 마음과의 싸움을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이처럼 모든 인간은 처음부터 “자기 자신을 선택함으로써 하느님을 거슬렀습니다.”(398항 참조) 이를 원죄(原罪)라 합니다. 원죄는 자기 자신의 뜻을 선택하는 본성적 성향입니다. 인간은 원죄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나쁜 행동인 줄 알면서도 그것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 파라오 치하에서 종살이하던 때와 같습니다. 원죄에서 해방되지 못한 인간은 결국 “죽음의 지배력을 지닌 존재, 곧 ‘악마’의 권세에 예속됩니다.”(407항) 그 악마가 곧 파라오요, 우리 자신입니다.전삼용 신부rn(수원교구 영성관 관장·수원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