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범죄인송환법안(이하 송환법)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홍콩 시민들의 대정부 시위가 유혈사태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홍콩의 가톨릭 신자들이 홍콩에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교회가 더욱 적극 노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홍콩 신자들이 홍콩의 유력 일간지인 ‘밍파오’(明報) 11월 22일자 1면에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것이 성덕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면광고 형식을 빌려 발표한 성명서는 ‘신앙을 실천하는 천주교인’ 255명이 참여했다. 이들 신자들은 홍콩의 상황을 안정시키고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교회의 장상과 사제들이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 신자들은 “송환법 철회 요구에서 시작된 현 사태는 현재 경찰권의 남용과 폭력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처럼 보인다”면서 “현재 홍콩은 그리스도와 같이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고 위로하며, 박해받는 약자들과 동행하는 목자를 요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신자들은 “홍콩의 신자들은 사목자들이 사회정의와 인간존엄 수호를 위해 용감히 소리를 내 사회 양심의 버팀목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불행하게도 오늘 이 순간 홍콩의 신자들은 교회의 장상들에게서 자애로운 어머니이신 교회가 함께 계시다는 표지를 찾기를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신자들은 교회가 단순한 자선기구가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며 인간존엄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군사독재시절의 김수환 추기경과 폴란드 공산치하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엘살바도르의 성로메로 대주교 등이 예언직에 충실해 전 세계 신자들의 표양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위가 격해지자 홍콩교구는 7월 19일 성명을 발표해 홍콩정부에 독립조사위원회를 발족해 시민과 경철의 갈등을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홍콩교구장서리 통혼 추기경은 10월 12일 사목서한을 통해 홍콩정부가 민의에 귀 기울이고, 법 집행자들이 양심으로 법을 집행하고 수호하여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홍콩정부는 이러한 교회의 요청을 무시하고 실탄을 사용하는 등 폭력으로 진압하고 있다
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홍콩의 시위는 행정장관 직선과 보통선거권 등 민주화운동으로 확대됐다. 홍콩정부는 송환법은 철회했지만, 시위대의 민주화 요구는 폭력적인 진압으로 묵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