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니 비로소 보이는 ‘하느님의 숨결’ 아이는 모든 것을 내게 내맡겼고 나는 아이의 작은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했다 한 명의 인간을 보살피는 데 이토록 큰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인간을 살피시는 하느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이번 달로 복직한 지 딱 1년이 되었다. 육아휴직을 하고서 직장에 복귀해 1년을 그래도 잘 버틴 것 같다. 산더미 같은 업무와 직장 내 정치에 시달려 지칠 만도 했는데 말이다. 이게 다 1년간 육아휴직을 하면서 건강한 육체노동과 영혼의 쉼을 통해 힘을 쌓은 덕분이다.
사실 육아휴직을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직장 내 눈치는 말할 것도 없고, 생활비 문제를 비롯해 ‘내가 과연 아이만 보면서 1년을 지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까지…. 그러나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내 인생에서 한 박자 쉬어가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기꺼이 휴직을 결정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정말 잘한 선택 중 하나인 듯하다. 40여 년을 바쁘게 살아온 나의 인생, 어린 시절과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곤 거의 항상 뭔가에 쫓기며 바쁘게 살아왔다. 늦은 나이까지 공부를 했던 터라 매일 머리 쓰는 일을 했었고, 직장에 들어가서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 승진하기 위해 힘든 것을 참고 견디며 열심히 뛰었다. 그러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또 다른 삶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머리보다는 몸과 가슴을 쓰면서, 아이와 함께하는 단순한 생활을 하면서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일종의 해방감과 자유, 평화로움과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육아휴직 기간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온전히 그분께 맡긴 채 영혼을 쉬게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육아와 살림으로 몸은 고됐지만, 정신적으로는 인생에서 가장 평온하고 스트레스 없는 시기를 보냈다. 적당한 노동은 오히려 영혼의 건강함에 도움이 되었다. 낮 시간 여유 있게 아이와 뒹굴고 좋아하던 음악도 맘껏 듣고 아이와 뛰어다니면서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다. 여유로움 안에서 지금껏 살아왔던 인생의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며 곱씹어보고, 당시 느끼지 못했던 감사함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한준(요셉·한국CLC 교육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