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교 성인 103위 초상화 최초로 한자리에 2018년 제작 운영위원회 구성 전국 가톨릭미술가들 참여해 77위 개별 초상화 새로 제작 36년 만에 103위 전체 갖춰 9월 4~27일 갤러리1898서 ‘피어라, 신앙의 꽃’ 특별전
3년간의 제작 기간, 그리고 36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마침내 한국 천주교회는 1984년 시성된 103위 순교 성인의 개별 초상화 전체를 갖추게 됐다. 2018년 구성돼 지난 3년간 활동한 103위 순교 성인 초상화 제작 운영위원회 위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성인화 제작 과정과 의미에 대해 알아본다. 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장봉훈 주교, 이하 문예위)는 8월 19일 오전 11시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301호에서 한국 103위 순교 성인화 제작 및 완성에 대한 기자 간담회를 갖고 그간의 제작 과정과 성인화 제작의 의미, 그리고 9월에 개최되는 특별전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103위 순교 성인 초상화 제작 운영위원회’ 위원인 주교회의 문예위 총무 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한국 103위 순교 성인화 특별전 전시 준비위원회 안병철 위원장(베드로·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 회장), 윤여환 화백(요한 사도·대전가톨릭미술가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9월 4~27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전관에서 개최하는 한국 103위 순교 성인화 특별전 ‘피어라, 신앙의 꽃’의 가장 큰 의미는 103위 성인의 시성식이 거행된 지 36년이 지난 지금, 최초로 103위 성인 초상화 전체를 한자리에 모은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문예위가 진행한 103위 순교 성인 초상화 제작 사업을 통해 새로 제작한 초상화가 77점이고, 기존에 제작된 26위의 초상화로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 정하상 바오로, 성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 조신철 가롤로 등과 파리 외방 전교회 소속 선교사 10명을 그린 작품들이 있다. 안병철 위원장은 지난 3년간의 성인 초상화 제작 사업에 대해 “기존 26위의 초상화는 유명한 작가들이 그린 작품들이 대부분인데 반해 새로 제작한 77위의 초상화는 전국의 가톨릭미술가들이 참여해 작품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교회-작가-순교성인 초상화제작운영위가 합치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는 원화 전시를 원칙으로 하되 원본 대여가 불가능한 파리외방전교회 소장 초상화 등 일부 작품은 부득이하게 영인본을 전시한다. 2018년 2월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한 성인 초상화 제작 사업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2018년 12월에는 채색된 작품들을 검토해 인준, 조건부 인준, 비인준으로 분류해 조건부 인준 작품은 수정을 거쳤고 비인준된 12점의 작품은 재제작에 들어갔다.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도 성인다움이 느껴지지 않으면 탈락시켰다”는 것이 안 위원장의 설명이다. 또한 지난해 순교자 성월에 맞춰 진행했던 전시 일정이 1년 연기되면서, 2인이나 3인으로 함께 그려져 있던 9위 성인들을 개별 초상화로 분리하는 추가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마침내 올 6월 최종 77위의 성인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새로 제작한 성인화들은 모두 상반신 위까지 그리고, 가로 72.7×세로 60.6cm(20F)로 크기를 통일했다. 103위 성인들을 박해 시기 별로 나눠보면 기해박해 순교 성인이 70위, 병오박해 9위, 병인박해 24위다. 성인 초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머리 뒤에 후광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파리 외방 전교회 소속 10위의 성인들은 시복 시성 이전인 19세기 말에 사진을 바탕으로 그려진 초상화이기 때문에 후광이 없다. 순교 성인화 완성의 의의에 대해 정웅모 신부는 “그림 자체가 목적이 되는 다른 미술 작품과 달리 성인화는 그림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인 하느님 나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순교 성인화는 현세적인 것에 매몰되어 있는 우리들에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삶의 전부가 아니고 자기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에 이번 전시가 신자뿐 아니라 타 종교인,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 신부는 “103위 순교 성인화 제작은 한국 성인화의 완성이 아니라 중간 단계라고 보는 것이 맞다”며 “이번 전시 이후에도 앞으로 기회가 되면 교구나 관구 단위의 전시나 순교지 별, 박해 시기 별로 성인화를 전시하는 특별전을 기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