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2일은 열한 번째 맞는 생명 주일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날로, 본지는 지난해 생명 주일을 맞아 ‘존엄성을 위협받는 사람들’ 기획을 연재했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위협받고 있는 여성과 아동·노인이 처한 현실과 원인을 살펴보고 해법을 모색한 기획이었다.
이번 생명 주일에는 그 연장선상에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위협받고 있는 여성·아동·노인의 존엄성 수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교회 기관들을 찾아가 본다. 각 기관이 존엄성 수호를 위해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그 활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존엄성을 위협받지 않는 사회가 되려면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한지 알아본다. ■ 고통받던 10대 여성들의 가정 공동체형 전문 사회복지기관 ‘로뎀의집’ 상품 취급받던 소녀들 “더는 그럴 일 없어 행복” 가정 폭력 등으로 가출한 뒤 디지털 성 착취 위협받기도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의식주와 교육·상담 등 제공 4월 22일 낮 12시, 경남 창원 마산회원구에 있는 로뎀의집에서는 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층짜리 건물로 된 로뎀의집 1층에서는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와 함께 10대 소녀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음식을 하는 조리원은 인원에 맞춰 음식을 식기에 담았고, 2층 생활공간에 있다 내려온 소녀들은 자리마다 수저를 놓았다. 로뎀의집 조정혜(로사) 관장을 포함해 직원들도 한 명씩 나와 준비를 거들었고, 준비가 끝나자 모두는 둘러앉아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여느 가정에서는 같이 모여 밥 한 끼 하기도 어려운 바쁜 사회이지만, 로뎀의집에서 만큼은 매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10대 소녀들의 보금자리가 돼 주고 있는 ‘로뎀의집’은 2003년 2월 12일 마산교구가 설립, 운영해 오고 있다. 가정 공동체형 전문 사회복지기관으로, 성 착취 등으로 고통받던 10대 소녀들이 건강하게 자라 자립할 수 있도록 의식주는 물론 상담, 치료, 진학·취업 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다. 성경 속 엘리야가 ‘로뎀’이라고 하는 싸리나무 밑에 지쳐 쓰러져 있을 때 하느님이 떡과 물을 먹게 하고 기운을 회복시켜 길을 가게 한 것처럼, 유해 환경에 노출됐던 소녀들을 보호·양육·교육해 이들이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로뎀의집에서는 가정 폭력이나 경제적 방임 등으로 가출해 디지털 성 착취 위협을 받았던 소녀 등 10대 소녀 13명이 살고 있다. 지난해 7월 로뎀의집에 들어온 19살 박양은 “이제 두려움에 떨고 있을 필요가 없잖아요”라며 “100% 만족해요”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이혼한 후 3~4살 때부터 보육시설에서 생활해 온 박양은 자라는 동안 가정과 사회에서 인간 그중에서도 여성으로서 존엄성을 위협받은 순간들을 설명하며 “더는 그럴 일이 없어 행복하다”고 밝혔다. 보육시설 생활을 하다 이따금 찾아간 집에서는 “엄마 뱃속에서 왜 기어 나왔느냐”는 말을 들으며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했고, 고1 때 학교를 자퇴한 뒤로는 보육시설에서 쫓겨나 두세 달에 한 번씩 쉼터를 바꿔 다니며 생활했는데 더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특히 박양은 “과일을 파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사장님이 ‘너는 여자니까 과일을 깎아 드리면서 손님들한테 외모로 어필해야 한다’고 했다”며 “충격적이었고, 지금은 그런 위험에 노출될 일이 없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박양은 로뎀의집에 온 후부터 n번방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등에 대해 꾸준히 성·인권 교육을 받았고, 용돈 등을 지원받으며 학업에 충실, 고졸 검정고시에 통과해 현재는 대입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로뎀의집에서 3000명 넘는 10대 소녀들을 보살펴 온 조정혜 관장은 소녀들이 성 문제로 존엄성을 위협받는 현실에 대해 “가정이 가장 중요하고, 여성을 상품화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체된 가정에서 경제적으로 방임된 아이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정상적인 어른은 청소년 상담 지원센터 등으로 데려가지만 비정상적인 사람들은 아이들을 모텔 등으로 데려간다며, 이러한 비정상적인 인식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조 관장은 “여성을 수동적 존재가 아닌 주체로 인정하고, 상품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를 위한 생명 문화 교육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후원 경남은행 502-21-0434599 예금주 로뎀의집 조정혜 ※문의 055-292-4747·4713 로뎀의집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