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는 올해 군인 주일(10월 3일) 담화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군사목의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군복음화 사명을 역설하고, 이를 위해서는 군종교구와 민간교구 간의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군인은 전역 후 거주지 민간교구로 돌아가 신앙생활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군종교구와 민간교구의 협력 없는 군사목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군사목은 ‘온 세상’에서 이뤄져야 한다. 군인 주일을 맞아 군종신부 전역 후에도 군사목에 열정을 쏟고 있는 의정부교구 성세현 신부 활동을 통해 군종교구와 민간교구의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 군사목의 희망 찾다
성세현 신부(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 부국장)는 2013년 7월부터 7년 동안 군종신부 사목을 마치고 지난해 6월말 전역 후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전 군종교구장)로부터 “군에서 세례받고 전역한 청년들의 신앙생활을 돕는 활동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성 신부는 군 영세자의 신앙실태 파악이 우선이라 생각해 군종교구 전산실 협조로 인적 정보를 전달받아 군에서 세례받은 뒤 올해 1~6월 전역한 병사들 중에 의정부교구 소속이 된 청년들에게 일일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 수는 351명이었다. 전역 축하 인사와 함께 세례명, 현재 본당, 전역 후 미사 참례 여부, 교리교육 관심도 등을 묻는 설문을 문자로 보냈다. 문자 전송은 5~8월, 1명당 2회씩 했다. 신앙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응답한 전역 병사에게는 전화를 걸어 문자로 보낸 설문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351명에 대한 설문 결과는 1차 집계를 완료했고 분석과 향후 추진 프로그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설문 결과, 37명은 “신앙생활을 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고 14명은 “지금 성당에 다니고 있고 앞으로도 신앙생활을 계속하겠다”는 희망적인 답을 보냈다. 나머지 300명은 응답을 하지 않았다. 성 신부는 “응답이 없는 이들은 일단 신앙생활 의사가 없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비록 군에서 영세하고 전역한 병사 중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비율(4%)이 낮게 나오긴 했지만 성 신부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비율로만 보면 낮게 보일 수 있어도 6개월 동안 전역자 중 14명씩 의정부교구 청년 신자들이 늘어나고 그 수가 매년 누적된다면 청년사목은 달라진다”고 전망했다.
성 신부가 진행한 작업은 일정 기간에 해당하긴 하지만 전역 병사들의 신앙실태를 가감 없이 확인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군종교구와 민간교구가 전역 병사들의 신앙 정착을 위해 행정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또한 전역 병사들을 신앙적으로 지도할 적임자로 교구마다 ‘예비역 군종신부’가 있다는 사실도 부각시켰다.
■ 군 영세자는 한국교회의 미래
2017년 7월부터 3년 동안 군종교구 홍보국장도 겸직했던 성 신부가 의정부교구 복귀 후 청소년사목국 부국장 소임을 맡은 것은 군종신부 경력을 살려 군사목과 청년사목을 접목시켜 상승효과를 내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성 신부는 군 복무 중 세례를 받은 청년들이 한국교회의 미래임에도 뒤늦게야 그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부끄럽다”고 말했다.
“군에서 신앙을 알게 된 청년들이 전역 후에 그 신앙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잘 모르기도 했고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았습니다. 갈수록 청년 신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 20대 초반 청년 세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군 영세자들에 대한 관심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군에서 영세한 청년들의 신앙이 지속될 때에 한국교회의 미래는 더욱 밝아집니다.”
성 신부는 군사목을 마치고 군종교구 밖으로 나와서 새로이 군사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사명감을 구체적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한번 군종신부는 영원한 군종신부’가 되는 묵직한 첫발을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