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는 반복되는 가운데 변화, 새로움을 가져다주는 방법이 상당히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존 다울런드의 눈물 곡들은 주제를 반복하는 가운데 변화를 주는 ‘변주곡’(Variation)에 해당합니다. 변주곡들도 워낙 종류가 많아서 이게 어떤 음악 장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반복되는 주제에 변화를 주는 곡’이라고 이해를 하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변주곡들 가운데 특별히 베이스가 고집스럽게 반복되는 방법을 사용한 음악들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어로 ‘오스티나토’(Ostinato)가 바로 이런 방법인데요, 고집을 부리고 변함없이 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라틴어 ‘옵스티나투스’(Obstinatus)에서 온 단어입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는 종류의 곡들 가운데 이 반복이 주로 베이스에서 되는 경우, 베이스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바쏘’(Basso)를 붙여 ‘바쏘 오스티나토’(Basso ostinato) 기법이라고 합니다. 이 바쏘 오스티나토 기법을 사용한 종류의 곡들 가운데 유명한 종류는 ‘샤콘느’(Chaconne), ‘파사칼리아’(Passacaglia), ‘그라운드’(Ground)가 유명합니다. 그밖에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폴리아’(Folia), ‘로마네스카’(Romanesca) 등도 오스티나토 방법을 사용합니다. 인터넷에서 위의 제목들로 검색하시면 다양한 곡들을 찾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바로크 시대 이후 오스티나토 방법을 사용한 음악의 인기가 조금 많이 시들해져서 이런 곡들을 많이 찾아볼 수 없게 되었는데 재즈나 현대 대중음악에서 다시 이런 방법이 인기를 얻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아마 오스티나토가 본래 반복되는 기본 주제와 함께 다양한 변주를 즉흥으로 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는 만큼, 현대 음악이 여기에 매력을 느낀 것 같습니다. 재즈에서는 ‘뱀프’(Vamp), 록 음악에서는 ‘리프’(Riff), 현대 전자 음악에서는 ‘루프’(Loop)라는 이름들이 사용되는데, 크게 봐서 일종의 오스티나토로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밖에도 주제가 반복되면서 변화를 주는 방법은 음악에 아주 많습니다. ‘카논’(Canon)이나 ‘푸가’(Fuga)처럼 어떤 주제를 계속 모방해서 엄격하게 만들어지는 곡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엄격함 없이 아주 자유롭게 만들어진 곡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드문 편입니다. 보통 어떤 곡이든 주제가 있고, 그 주제가 몇 차례 같게 혹은 다르게 변화되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곳 라바날 공동체에서는 매일 그레고리오 성가를 부릅니다. 저는 옛 기호 사본을 배웠고, 중세 때 이 곡을 어떻게 불렀을까 하면서 다시 재구성하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솔렘 수도원이 그레고리오 성가를 다시 부흥시키면서 당시 연구 부족으로 오류가 있는 곡들을 부릅니다. 이미 150여 년 정도가 되었으니 아쉽지만 이것도 전통이라 해야겠지요. 그래서 여기에서도 저희 형제들은 평소 외우던 곡을 솔렘의 방식으로 부르니, 저한테는 조금 많이 단조롭습니다. 게다가 웬만해선 일주일 내내 똑같은 곡들만 부르니까 더하지요. 가끔 잘못 부르기 시작하면 일주일 내내 똑같은 데에서 똑같이 틀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쨌든 계속 반복해서 부르다 보면 아니 이 반복이 계속되다 보면, 예기치 못한 곳에서 조그마한 기쁨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아주 작은 변화의 시작인데요, 어떤 한 가사나 단어에 머물러 있기도 하고, 어떤 멜로디가 ‘어?’하고 확 와닿기도 합니다. 온갖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묵상이 있는가 하면, 노래를 부르면서 성경을 읽으면서 무언가를 계속 반복하면서 덜어내고 덜어내어 단순함 가운데 머무르는 묵상도 있습니다. 거기에 계속 반복하는 삶과 행위가 사람을 더욱 단순하게 만들어주면 조그마한 변화도 금세 알아챌 만큼 감수성이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합니다. 저희 선배 수사님들 가운데 단순하면서 감성이 풍부한, 닮고 싶은 분들이 계셔서 그 덕에 ‘이런 경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존 다울런드의 눈물, 라크리매부터 시작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같은 음악을 부르고 들으며 늘 같아 보이는 전례에 계속 참여하더라도, 반복되는 일상을 살더라도, 그 안에서 변화되는 게 무엇인지 새로움이 무엇인지 그리고 반복되는 것이 주는 편안함이 무엇인지 감수성을 넓힐 계기가 되기 바라면서 함께 이런 음악들을 감상하고 삶을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