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석: 한국에는 어떻게 오시게 되셨는지요?
두봉 주교: 신부가 되면서 지원했습니다. 해외로 선교하러 가겠다고 제가 1953년 9월, 휴전 직후에 한국에 발령받았어요. 더구나 그때 한국이 무척 어렵고 가난하고 도와줘야만 했던 나라였어요.
세호: 저라면 왜 그런 어려운 나라에 가야 할까 생각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두봉 주교: 그런데 선교사는 어려운 나라로 가고 싶지, 잘사는 나라로 가고 싶지 않거든요!
(‘유퀴즈온더블럭’ 1월 26일 방송 ‘한국에서 70년을 헌신한 두봉 주교’)
■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이사 6,8)
해외 선교사 파견미사에 가끔 참례합니다. 먼 외국으로 선교를 떠나는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들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언어나 문화, 기후와 환경이 다른 낯선 곳으로 복음을 전하러 가는 모습에서 하느님의 거룩함을 체험합니다. 한국교회가 23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며 다른 나라에 빚을 졌다고 표현합니다. 신앙공동체가 태동했지만 사제가 없었기에, 한국교회 신자들은 사제 파견을 요청했고 중국과 파리 외방 전교회의 주교와 사제들이 파견됐기 때문입니다.
국경과 언어, 문화와 국적을 넘어서는 신앙의 신비이자 신앙의 선물입니다. 그리고 박해와 순교의 역사 속에서 주문모(야고보) 신부(1752~1801), 브뤼기에르 주교(1792~1835) 등 많은 선교사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 현재진행형인 선교
선교 열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한국에서 수십 년을 선교하신 분들을 떠올립니다. 평생을 한국에서 헌신하신 분들, 전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님(레나도, 파리 외방 전교회), 노동사목에 헌신하신 고(故) 도요안 신부님(요한 세례자, 살레시오회, 1937~2010), 빈민사목에 헌신해 오신 안광훈 신부님(요한 세례자,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고(故) 서봉세 신부님(질베르토, 파리 외방 전교회, 1939~2017), 고(故) 노숭피 신부님(로베르토, 살레시오회, 1922~2022), 소록도에서 평생 환우들을 돌보신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렉 두 간호사님이 그러하십니다.
이분들은 가장 어렵고 힘든 곳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며 기쁘게 살아오셨고, 하느님 나라가 이 지상에도 현존함을 세상에 보여 주셨습니다. 그 핵심은 내 것을 나누고, 하느님과 이웃에게 나 자신을 봉헌하는 참된 사랑입니다.
■ 중요한 건 하느님의 뜻
「간추린 사회교리」에서도 선교를 강조합니다. 복잡한 사회 안에 복음을 통해 이웃과 세상을 돌보는 일 자체가 선교이며(62항), 선교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일이며, 각자가 받은 선물과 각 성소에 알맞은 행동 방식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증언해야 한다고 합니다.(538항)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뜻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시금 편안한 고향을 떠나 광야처럼 가난하고 어려운 지역으로 파견되는 선교사들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나의 꿈과 이상, 물질적 풍요와 편안함만을 추구하라는 세상과 달리 하느님의 뜻을 위해 기꺼이 달려가는 그들을 통해 살아있는 신앙을 마주하고 성령의 이끄심을 생생히 발견합니다. 함께 기도하며 우리도 주님 뜻에 맞게 살도록 노력합시다.
“사제성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주여 나를 보내 주소서. 당신이 아파하는 곳으로’라는 가사로 노래를 많이 했지만 어쩌면 여러 핑계를 대면서 이유를 만들지는 않았나 합니다. 하지만 사제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2022년 5월 4일 해외선교사제 파견 미사 중 양경모 신부(대건 안드레아, 멕시코 파견)의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