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양업에게 큰 기쁨인 신자들
신자들과 만나며 안타까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스로 하느님을 알기 위해 교우촌을 찾아온 사람들, 열심히 전교해 많은 이들을 하느님 품으로 인도한 신자들, 교리문답 공부와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는 신자들을 보며 최양업은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체험했다.
한 청년이 간월이라는 마을에 찾아왔다. 이 마을에 색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온 것이다. 읍내에서 걸어서 여러 날이 걸리는 간월에는 교우촌이 있었고, 몇몇 신자들이 모여 기도하고 신앙을 실천하고 있었다. 읍내에서 온 청년이 갑자기 천주교를 알고 싶다고 찾아오자 교우촌 회장은 당황했다. 혹시 천주교인을 박해하러 온 사람은 아닐까 의심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교우촌 회장은 젊은이의 진심을 모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핑계를 대고 청년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그 뒤로도 몇 번을 찾아온 청년. 세 번째로 교우촌에 찾아온 날, 회장은 그에게 천주교 기본 교리를 설명해 주고 기도서와 교리문답 책을 전해줬다.
천주교를 알게 된 청년은 크게 기뻐하며 교우촌 회장이 준 책을 직접 손으로 베껴 쓰며 교리를 공부했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온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과 친척들에게 자기가 방금 받은 진리를 전했다.
이후 천주교를 실천하고자 고향 읍내를 떠나 간월 가까이로 이사를 온 청년. 그는 자신과 함께 세례를 받을 준비가 된 6명의 어른들을 공소집에 데려 왔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 집안 식구들 모두에게 세례 준비를 시키고 그의 마을에 공소집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양업은 “청년의 일 뿐 아니라 마귀의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던 가족들이 영세한 후 건강하게 잘 살며 기쁘게 농사를 짓는 일도 있었습니다”라며 “이 밖에도 이러한 예가 많습니다”라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