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곶순교성지에서 나와 강화도 내가면으로 가면 ‘일만위 순교자 현양 동산’이 있다. 이 동산은 ‘바다의 별 청소년 수련장’ 뒷산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전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보니파시오·1948~2016)는 2002년 강화도에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을 조성하여 한국의 순교자들, 특히 무명 순교자께 봉헌하였다.
이곳은 성지가 아니라 순례지로서, 숲 속에서 천천히 걸으며 고요히 기도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마치 박해 시대에 교우들이 깊은 산 속에 들어가 살았던 것처럼 이 동산도 첩첩산중에 있다. 혹독한 박해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순교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기록이 많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다. ‘일만위’라는 숫자는 많은 사람이 순교했다는 것을 말한다. 무수한 순교자 가운데서 1984년에 103위 순교자가 성인 반열에 올랐으며 2014년에 124위 순교자가 시복됐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순교자들에 대한 행적을 조사하여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다.
순교자 현양동산은 순교자성당과 성 남종삼 기념관(경당), 일만위 순교자 현양탑, 무명순교자상, 묵주기도 동산, 성모동산, 십자가의 길로 이루어졌다. 성 남종삼기념관 경당의 제단 앞에는 1866년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순교한 남종삼 성인(요한·1817~1866)의 유해 일부가 모셔져 있어서 공경하며 기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순교자 현양동산은 개인이 조용히 기도하며 자신의 내면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여 ‘침묵의 순례지’라고도 불린다.
현양동산 중턱의 ‘일만위 순교자 현양탑’(조광호 신부 제작)에서는 순교자들과 예수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 때문에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이 주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으로 부활했다는 것을 상징하는 형상이다. 현양탑 아래에 있는 두 개의 아치형 문은 우리를 하느님 나라로 초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산의 높은 곳에는 돌로 제작한 ‘무명 순교자상’이 있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내밀어 참수형을 당하면서도 신앙을 굳건히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화도에는 이 외에도 인천가톨릭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으며 곳곳에 여러 수도원이 둥지를 틀고 있다. 특히 올해 4월에는 강화도 남동쪽에 있는 작은 섬, 동검도에 하얀 채플(chapel)과 채플 갤러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제이며 화가인 조광호 신부(시몬·1947~)가 새로운 건축 양식과 유리화로 표현한 아름다운 작품이다. 동검도는 조선 시대 강화도와 한강으로 들어가기 위한 ‘동쪽 검문소’란 뜻이다.
7평 규모의 동검도 채플에서는 갯벌 너머로 마니산과 초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검도 채플은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이 잠시 머물며 쉬면서 기도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며 영혼의 쉼터다. 이곳에서 하느님의 창조물인 자연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 동검도 채플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선물을 안겨준다. 작은 경당이 주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아름답고 거룩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