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로 촉발된 작금의 중동 분쟁은 세계평화를 급박한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 세계 곳곳에서의 갈등과 폭력들은 전쟁의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을 포함한 무고한 이들의 고통을 야기하고 있다.
전쟁의 암울한 전망은 전혀 남의 일이 아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나라는 날로 고조되고 있는 군사적 대립과 긴장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 일본 가톨릭교회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국제포럼을 개최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2023 평화포럼이 10월 25~29일 경기도 파주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렸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열린 이 포럼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무기 감축과 비핵화가 단지 이상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한, 평화를 위한 유일한 대안임을 확인했다. 현재 한반도의 군사적 대립은 핵 위협에 대한 우려와 이에 대한 선제적 핵 공격의 가능성까지도 공공연하게 언급될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현 정부는 군사적 힘의 우위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오랜 역사적 경험을 통해 볼 때, 무력으로써만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은 오히려 평화를 위협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더욱이 돌이킬 수 없는 광범위한 파괴력을 지닌 핵무기의 사용에 대해서는 어떤 가능성도 고려해서는 안 된다. 평화는 오로지 대화와 타협,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으로써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