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244년 전인 1779년 천진암 강학회를 통해 복음의 빛을 밝혀주시고 천주교회의 역사를 시작하게 하신 하느님께서는 이미 4480년 전에 하늘을 열어서 의인(義人)을 보내주시고, 이 한반도에 하느님 나라 건설의 역사를 시작하셨다. 그 건국이념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일치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재세이화(在世理化), 광명이세(光明理世)였다.
중국의 건국설화는 반고라는 신이 분화해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고, 일본의 건국신화는 신들의 싸움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풀이하며, 세계인들이 다 아는 로마의 건국 신화는 늑대가 키운 형제간의 싸움에서 생긴 것으로 보고 있는데, 대부분 신들의 싸움 과정, 죽이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생긴 것으로 풀이한다.
그러나 아주 특별하게 대한민국의 건국설화는 누구와의 싸움도 갈등도 살인의 과정도 없이, 그야말로 하늘의 개입으로, 하늘 신(天神)의 주도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고 진행됨을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우연으로만 볼 수 없는 대한민국의 민족적 자부심과 주체성의 근거가 되는 면이 있다고 본다.
한마디로 종합하면, 대한민국은 인간들 또는 신들의 싸움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을 이롭게 하고(弘益人間) 도와주고(在世理化) 교화시켜주는(光明理世)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삼국유사 등에서 이 개국의 과정에 환웅, 환인, 웅녀, 단군 등의 이름이 나온다고 하여 이 의미가 퇴색되거나 감소되지 않는다. 이러한 표현은 하늘의 특별한 은혜와 섭리를 보여주는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천주교가 이 개천절을 기념하자고 하면서, 단군신화를 그대로 믿어서 ‘환인’이나 ‘환웅’이라는 천신(天神)을 믿거나 단군을 실제 성인(聖人)으로 공경하는 것은 아니다. 이 단군신화를 통하여 우리 민족의 역사가 하늘(天)에서 비롯됐음을 묵상하고, 우리의 올바른 하느님 신앙과 연결시켜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 천주교(天主敎)는 그 이름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하늘(天)을 섬기는 종교이다. 하늘(天)을 섬기되 이 하늘의 참된 주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5000년 역사를 내려오다가, 천주교의 수용으로 이 하늘의 주인이 성부 하느님이시며, 성자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가 그분을 바로 알게 됐고, 성령과 함께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바로 알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천주교가 전래되기 이전에 우리 조상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하늘을 섬기는 행위를 해 온 것은 참으로 의미가 깊고, 신앙 이전에 이미 전신앙(前信仰) 단계의 삶을 살아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하늘(天) 중심의 사상은, 신앙적으로도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요, 하느님이 세운 나라의 역사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국경일은 우리 한국 천주교 축일 안에 정식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하며, 축일 제정을 청원하는 운동을 벌여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