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항검은 한국교회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과 더불어 초기 한국천주교회 핵심 인물. 1784년 권철신·권일신 형제를 통해 천주교 교리를 접한 후 이승훈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그는 주문모 신부를 초남이로 초대해 선교에 힘쓰는 등 교회 발전에 힘을 기울였다.
호남으로부터 시작돼 중앙정계(한양)로 무대를 옮겨가며 흐르는 소설은 엄격한 신분 차별과 억압의 윤리를 이념화한 ‘주자의 하늘’을 이고 사는 양반의 나라 조선에서 목숨을 걸고 새로운 하늘을 열어젖힌 청년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다. 내내 목숨이 위태로운 죽음의 그림자를 베고 살아야 했지만, 진리의 빛으로 가는 길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선구자들의 이야기는 현대를 사는 신앙인들에게 묵상거리를 던진다.
주인공 이벽과 유항검, 강완숙이 어린 시절부터 막역한 사이였다는 설정은 작가가 만들어 낸 허구다. 그 외에 사도세자의 서록과 천주회의 존재, 이벽이 하늘의 계시를 받는 장면 등도 마찬가지다. 이벽의 죽음은 돌림병으로 급사했다는 설과 독살됐다는 설이 제기됐지만, 소설은 독살설을 따랐다.
초기 한국교회는 한자로 된 기도문을 사용하면서, 뜻을 번역하지 않고 중국에서 온 그대로의 기도문을 조선식 한문 발음으로 독음했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현대식 기도문이 사용된다. 독자들이 등장인물들 심리와 상황을 좀 더 가깝게 느끼고 공감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가 시도한 것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병고로 인해 구상하고 집필된 지 12년 만에 출간되는 우여곡절 속에 나왔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작품을 통해 세계교회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천주교의 특별한 역사를 당시의 조선 정치사와 맞물려 풀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