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교회에 우뚝 선 영향력… 포스트코로나 신앙생활에 시동
2027년 WYD 개최지 ‘서울’로 결정
교황청에 김대건 신부 성인상 축복
팬데믹 사목 실천 「백서」로 정리
김수환 추기경 등 시복 본격 추진
올해 한국교회는 기쁜 소식을 잇달아 맞이했다. 서울이 2027년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 개최지로 선정됐고, 보편교회의 심장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대형 성상이 들어섰다. 230여 년 전 선교사 없이 평신도의 손으로 세우고 일군 한국교회가 보편교회의 자랑스러운 일원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침체된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는 한국교회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대한민국과 교황청 수교 60주년 기념행사가 연중 다채롭게 진행됐으며, 5년 만에 다시 열린 한일주교교류모임에서 양국 주교들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양국 교회의 과제를 성찰했다.
■ WYD 개최지 서울 선정… 교황청 김대건 성인상 축복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신앙 축제인 세계청년대회가 2027년 서울에서 열린다. 8월 6일 포르투갈 리스본 테주 공원에서 봉헌된 제37차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파견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울을 차기 세계청년대회 개최지로 발표했다. 세계청년대회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1995년 필리핀 마닐라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교회 첫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의 성인상이 성인의 순교일인 9월 16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북쪽 외벽에 우뚝 섰다. 한진섭(요셉) 작가가 조각한 성인상은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에서 채굴한 비앙코 카라라 대리석을 사용, 높이 377㎝ 너비 183㎝ 두께 120㎝ 규모로 제작됐다.
■ 코로나19 영향 설문 결과 발표
팬데믹의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곤 있지만, 신자들의 신앙생활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사목적 대응 또한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천주교회 통계 2022」에 따르면, 주일미사 참례자는 1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3월 22일 발표한 ‘코로나19가 우리의 삶과 신앙에 미친 영향’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팬데믹 전 매주 주일미사를 참례했던 이들의 70.5%만이 현재 주일미사에 매주 참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가 올해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 승인을 받아 출간된다. 백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직·간접적 영향과 그에 따른 사목 실천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교회 사목 과제와 비전을 제시한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추계 정기총회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다소 무뎌진 우리의 신앙생활을 회복시켜야 하는 과정에 있고 각 교구 또한 이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고 했다.
■ 교황청과 수교 60주년… 5년 만의 한일주교교류모임
대한민국과 교황청의 수교 60주년 기념행사가 수교기념일인 12월 11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과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성당에서 봉헌된 기념미사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1963년 12월 11일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한 양국은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교황청 관계사 발굴 사업’ 5년간의 연구 성과를 조명하는 기념 심포지엄을 11월 21일 개최했다.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수교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기획전 ‘모든 이를 위하여’를 마련했다.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의 방한 등 양국 외교사절의 상호 방문도 이어졌다.
한국과 일본 주교들은 11월 14~16일 일본 도쿄대교구에서 제25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을 열고 27년간 이어온 친교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역사적 아픔을 치유하는 ‘화해의 여정’을 지속해 갈 것을 다짐했다.
■ ‘한국카리타스협회’ 창립
12월 1일 창립미사와 총회를 열고 출범한 사단법인 ‘한국카리타스협회’는 전국 103개 가톨릭 사회복지법인과 산하 1297개 가톨릭 사회복지 시설, 2만여 명의 종사자들을 대표해 대정부 공식적인 소통 창구로서 역할을 맡게 된다.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잰 발걸음도 이어졌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는 10월 25~29일 경기 파주와 일본 히로시마에서 ‘2023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을 개최하고, 한국과 미국, 일본교회가 한반도를 넘어 세계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한국 주교단은 7월 27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한국가톨릭기후행동을 중심으로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반대, 탈핵과 탈석탄법 제정 등 산재한 환경 위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왔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3월 13일 ‘사형폐지·대체형벌 입법화를 위한 입법 청원’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사형제도 폐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 김수환 추기경·브뤼기에르 주교 시복 추진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는 3월 23일 서울 명동 교구청에서 제11차 시복시성위원회 회의를 열고,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와 제11대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 한국순교복자 가족 수도회 창설자 방유룡 신부 등 3명의 성직자에 대한 시복시성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시복 추진은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10월 12일 교황청 시성부로부터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 추진에 대해 ‘장애 없음’(Nihil Obstat)을 승인받았다. 주교회의는 추계 정기총회에서 서울대교구가 김수환 추기경의 시복을 추진하는 것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