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서울대교구, 구상 시인 기림미사 봉헌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3-12-19 수정일 2023-12-19 발행일 2023-12-25 제 3373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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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속에서도 타인을 위해 살며 그리스도인 모범 보여준 구도자”
내년 20주기 앞두고 업적 기억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12월 16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구상 시인 기림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의 ‘기억하다, 빛과 소금이 된 이들’ 네 번째 미사인 고(故) 구상 시인(요한 세례자·1919~2004) 기림미사가 12월 16일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됐다.

‘삶을 노래하는 구도자’로 불린 구상 시인은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과 살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수많은 작품으로 한국 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프랑스 문인협회가 선정한 세계 200대 문인으로 선정됐으며, 노벨문학상 후보로 두 차례 선정된 바 있다.

구상 시인이 살아온 역사를 소개하며 강론을 시작한 정 대주교는 시인의 장례미사 때 추도사를 했던 고(故) 성찬경 시인(요한 사도·1930~2013)의 말을 빌려 “선생님은 마음을 비울 대로 비운 가난한 하느님의 백성이셨으며, 한껏 이웃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성자의 풍모를 생각할 때 첫 번째로 떠오르는 분이시니, 현대에 선생님과 같은 분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처럼 여겨진다”고 전했다.

정 대주교는 구상 시인의 생전 훈훈한 일화들을 전하면서 “2024년 선종 20주기 되는 의미 있는 해를 앞두면서 오늘 우리가 구상 시인의 삶과 신앙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도 값진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격변하는 역사와 개인의 시련 속에서도 타인을 위해 살며 정작 본인은 소박한 삶을 추구했던 시인의 삶은 이 세상에서부터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도록 초대하는 ‘그리스도인의 훌륭한 모범’”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미사는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교구 사제단이 함께했으며 구상 시인의 딸 구자명(임마쿨라타) 소설가와 구 소설가의 남편 김의규(가브리엘) 화백이 참례했다. 가톨릭문인회 및 구상선생기념사업회 회원과 신자 400여 명도 자리해 구상 시인의 생전 업적을 기렸다.

구자명 소설가는 “내년 아버지 20주기인데 성탄을 앞둔 시점에 은혜롭게 기림미사를 드리게 되어 서울대교구와 함께해주신 신자분들께 감사하고 감격스럽다”며 “이 은혜로움이 많은 분들에게 닿아 문학, 신앙과 더불어 모든 이들이 서로 사랑하는 날들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는 앞으로 기림미사를 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2024년부터 매년 평신도 주일과 가까이 있는 11월 세 번째 토요일에 미사를 봉헌한다.

12월 16일 봉헌된 구상 시인 기림미사 후 정순택 대주교(오른쪽)가 구상 시인의 딸 구자명 소설가(맨 왼쪽), 사위 김의규 화백(구 소설가 오른쪽) 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