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순 시기에는 하느님과 가까워지기 위한 실천을 직접 해보면 어떨까요?”
사순 시기 기획을 논의하던 중 한 기자의 아이디어에 ‘환경을 위한 실천’이 떠올랐다. 생태환경 분야를 담당하고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텀블러 사용하기 외에는 열심히 실천하는 것이 없어 아쉬움이 남던 차였다.
“제가 해볼게요.” 손을 들었지만, 올해 사순은 무려 5주. 포기하지 않고 5주 동안 생태환경을 위한 실천을 지속할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섰다. 첫 번째 주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줍깅’을 선택했다. 수요일부터 화요일까지 하루에 10분,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하는 것이 목표였다.
실천 첫날, “취재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보고를 한 뒤 찾은 곳은 회사 옆 골목. 매일 아침 저녁으로 오가며 담배꽁초와 일회용컵이 널브러진 길을 보며 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장소였기 때문이다. 간단한 도구를 챙겨 거리로 나갔지만, 막상 발 앞에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를 줍는 게 쉽지 않다.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우물쭈물하던 순간, 골목 끝에서 등장한 한 아저씨. 옥외용 쓰레받기와 빗자루로 10여 개의 담배꽁초를 금세 쓸어 가자 조바심이 나 “제가 주울게요”라며 아저씨를 막아섰다. 담배꽁초를 두 손 가득 주우며 물으니 “매일 아침 길거리에 쓰레기를 줍는 공공근로자”라고 하신다. 손으로 줍는 게 안쓰러우셨는지 집게를 빌려주신 덕분에 첫날의 줍깅은 무사히 성공. 매일 동네를 깨끗하게 치워주는 분이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된 수확은 덤이다.
공공근로자분들이 큰 골목을 치워주시는 것을 알게 되자 다음날은 그분들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을 공략하기로 했다. 둘러보니 쓰레기차가 다녀간 뒤 집 앞에 남은 쓰레기가 적지 않았다. 몇 달 전부터 골목에 쓰레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봤던 터라 이참에 치우기로 결심했다. 일회용 마스크, 패트병, 종이박스, 화장품 용기. 종류도 다양하고 규모도 크다. 이틀에 걸쳐 치우고 난 뒤, 깨끗해진 골목을 보니 속이 시원하다.
3일간 줍깅을 하니, 어딜 가든 가장 먼저 보이는 게 쓰레기다. 취재를 위해 여의도를 지나가다 건물 앞에 가득 쌓인 담배꽁초를 보자 “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다. 내일은 취재 나갈 때도 도구를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에 가장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은 담배꽁초다. 담뱃갑도 세트로 버려져 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는 일회용 마스크와 종이컵, 페트병 등 크고 다양한 쓰레기를 만날 수 있다.
최소한 내가 쓴 것, 내가 지나간 자리를 깨끗하게 치운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쾌적한 환경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쓰레기를 줍는 작은 행동이지만 일주일간 꾸준히 실천하고 나자 마음속에 뿌듯함이 올라왔다.
줍깅을 했던 일주일이 당장 지구환경을 변화시키지 못하겠지만, 나의 행동을 보고 기억했던 사람들이 쓰레기를 덜 버리고자 노력한다면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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