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뉴스가 뭐야?』 『뉴스는 소식이라는 영어야』 『그럼, 소식이라고 안하고 왜 뉴스라고 하지?』 『우리말이 됐으니까』 『그럼 우리말이 있는데 왜 영어를 해?』
뉴스 투데이, 뉴스 데스크, 뉴스 라인, 뉴스 퍼레이드, 뉴스 네트워크, 스포츠 뉴스, 프라임 뉴스, 월드 뉴스 등등. 이래도 괜찮은건지?
일제 36년간 한국말을 없애려고 성씨도 바꿨고, 학교에서는 한국말을 하면 벌까지 주며 일어 사용을 강요해서 아직도 그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이제 외국말을 섞어 쓴 기간이 50년이 넘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말의 순화가 불가능해지고 세종대왕이 통곡할 것이 아닌가?
그동안 우리말이 외국말의 남용, 과용, 오용으로 오염되고 훼손됐다는 지적이 자주 보도됐지만 변화의 흔적은 전혀 없고 오히려 갈수록 언어의 사대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 국정 교과서에 잘못이 1천 가지가 넘었다는 기사는 충격적이다.
친구를 만났을 때, 『야 미국에 있는 자네 동생 소식 있니?』 하지, 『네 동생 뉴스 있니?』라고는 하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도 우리말이 생생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낱말은 몰라도 오픈, 세일, 싸이즈, 칼라, 뉴타운 등등 우리말로 넉넉히 표현할 수 있는 말도 외국어로 써서는 안된다.
외국말이 당장은 편하고, 멋있고, 유식해 보일지 몰라도 그럴수록 우리말은 병들고, 죽어간다. 말이 살아있는 한, 그 국민은 죽지 않는다. 여기서 위정자는 물론, 한글학회, 국어국문학회, 방송, 기자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음 글은 어떤가?
『우리 집 와이프가 그러는데, 에스케이가 50포인트 마크했다나? 그래서 2위에 랭크됐대』
신문 방송이 대중매체니까 되도록 대중이 알 수 있는 말을 하고 써야 할 터인데, 국민 포럼, 무슨 포커스, 심지어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이라는 낱말도 등장한다.
이제부터라도 강력한 조치를 서두르지 않으면, 앞으로 『엄마, 소식이 뭐야?』 『소식은 뉴스야』 라고 할 때가 올 것이다. 병든 한국말을 후대에 물려주지 말기를 엄중 경고하고 싶다.
어떤 간판은 하늘, 천국을 뜻하는 라틴말 「첼룸」(Caelum)을 써놓고 그 발음을 「카엘룸」이라고 썼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방이역에 영자로 쓴 「Bangi」를 「방이」로 읽을 외국인이 과연 있을까?
외국말도 배워 알아야 하지만 그래야 꼭 출세하거나 세계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나라가 왜 온통 외국말 일색이고, 어린이들 모두 영어를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까?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애써 배운 영어도 다 활용하지 못할 터인데! 올바른 국어를 쓸 줄 아는 사람만이 올바른 외국어를 할 수 있다.
유럽에 가면 특수기관이 아닌 한 영어도 잘 안 통한다. 예컨대 프랑스에서는 컴퓨터를 「Ordinateur」이라고 고쳐 쓰고, 대만에서는 호텔을 반점(飯店), TV는 전시원(電視源)이라고 하며 오토바이라는 말도 안쓴다. 외국말 간판도 거의 볼 수 없다. 그렇다고 반드시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국의 고유성과 주체성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언어란 서로의 약정이기 때문에 자꾸 쓰면 낱말이 된다. 이목구비와 수족을 왜 눈, 코, 입, 귀, 손발이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불러왔기 때문에 약정된 언어가 된 것이다. 다른 낱말도 우리말로 고쳐 쓰면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자꾸 쓰다보면 우리말로 자리잡게 된다. 얼(精神)이 언어(말)에서 비롯된다면 섞은 말, 장애말을 자꾸 쓰면 한국의 얼은 어떻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