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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다시 시작하는 이태석 : 그 시간 이후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1-01-19 수정일 2011-01-19 발행일 2011-01-23 제 2731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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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가 그리스도의 향기 퍼뜨릴때”
울고 있는 아프리카 톤즈에게 ‘울지 말라’고 말했다. 이제 손수건을 건네고, 눈물을 뿌리는 또 다른 누군가를 찾아나서야 한다. 영화 속 ‘꽃’이 된 사제 이태석을 보며 함께 붉힌 눈시울. 화해와 공동체, 사랑과 희생이라는 그리스도 정신을 보았다면 이제 그 눈물의 의미에 진정성을 더할 차례다. 그리운 그가 선종한 자리, 실천이 없는 감동은 ‘죽은 감동’일 뿐이다. 잊혀지기 때문이다.

■ 이어지는 삶의 변화

척박한 땅에 뿌려진 ‘이태석’이라는 씨앗은 먼 타향, 한국에서도 다양한 변화의 열매를 맺고있다. 열매는 단순히 4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수단어린이장학회의 카페회원 숫자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가톨릭의 한 선교사가 보여준 업적과 열정에 열광하고자함도 아니다.

그가 아프리카 톤즈에 남긴 진한 그리스도의 향기가 사회 속에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영화 ‘울지마 톤즈’가 개봉된 후, 신자와 비신자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삶의 변화를 느꼈다고 전한다. 그 변화는 때로는 충격과 감동으로, 때로는 성찰과 반성으로 다가온다.

“‘아름다운 나눔 정신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 그것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수확입니다. 이태석 신부님은 ‘나눔의 방법’을 제시해 주었어요. 보통 사람이었던 신부님처럼 우리도 남을 위해 사랑과 희생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지요.”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재현(가브리엘) 이사장은 자기가 가진 재능과 능력을 남을 위해 내어놓는 모습이 현대인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나눔 정신을 깨웠고, 구체적 방법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태석’이라는 세 글자를 통해 얻어진 수확이 지금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불우한 이웃과 ‘친구’가 된다는 것이 나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신부님으로 인해 한 차원 높은 나눔의 정신이 확산된 듯하다”고 말했다.

■ 우리 손에 남겨진 숙제

영화 ‘울지마 톤즈’를 제작한 구수환 프로듀서 또한 지난 15일 제20회 가톨릭매스컴상 대상 상금 전액을 아프리카 톤즈 병원에 기부했다. 비신자인 그는 ‘울지마 톤즈’를 촬영하면서 함께 눈물 흘리고, 시사회에서도 이태석 신부에게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사회 고발 프로그램을 주로 해왔던 내가 이 작품을 만들며 많은 부분 변화했다”며 “이 신부님은 군림하지 않고 생색내지 않으며, 눈높이로 소통하는 헌신적 사랑을 가르쳐줬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 열린 이태석 신부 추모 전시회 또한 남겨진 그리스도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작은 노력이었다. 판매금 전액은 다시 아프리카 후원금으로 돌아가 사랑을 실천하는 매개가 됐다. 전시회의 주제는 ‘또 하나의 기적을 바라며’였다.

중요한 것은 사회에 퍼져가는 이태석 신부의 헌신적 사랑과 공동체 정신, 나눔 등은 모두 ‘그리스도’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색깔로 빛을 발하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얼마만큼 퍼져갈 수 있는가는 이제 우리 손에 남겨진 숙제다.

지난해 9월 평화화랑에 전시됐던 화가 강현주씨의 작품들. ‘마지막 겨울’ ‘묵상’ ‘톤즈의 슈바이처’

오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