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신앙에세이] 하느님사랑 이웃사랑,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 정민제

정민제rn(안드레아·우만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센터장)
입력일 2019-04-30 15:30:08 수정일 2019-04-30 15:37:35 발행일 2019-05-05 제 314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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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수원시 지역 내 저소득 어르신 100여 분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노인복지시설에 속해 있습니다. 각 어르신마다 사연이 다양하고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고아로 태어나서, 입양 후 파양 당해서, 할아버지 때부터 가난해서, 갑작스런 질병으로, 선천적 장애로, 후천적 장애로, 심지어 IMF로 인한 부도까지 그분들이 지금까지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공감하고 같이 울어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요즘 ‘A.D. 더 바이블 컨티뉴스’라는 콘텐츠를 보고 있는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뒤, 사도들이 예수님의 부활과 복음을 선포하는 과정이 시리즈로 이어져 있습니다. 초기 공동체의 모습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초기 공동체는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을 다 내놓고 필요한 만큼 가져다 썼었던 걸 알 수 있습니다.

앉은뱅이를 돕고, 병든 이도 가장 소외받는 이들을 하느님의 형제자매로 모두 함께 돌보고 먹여주고 재워주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감동입니다. 저도 그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 찾은 것 같습니다.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해봅니다.

예수님처럼 살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예수의 제자 사도들의 모습처럼 살아가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부터 모든 것을 내어놓고 나누어 가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고 크나큰 믿음이 없다면 그 또한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꼭 예수와 그의 사도들처럼 살 수 없다 해도 그분의 정신을 알고 그분의 삶을 따라야 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저부터 제가 모시는 어르신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분들의 고통을 저의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그분들이 더 나은 삶을 사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 월급의 일부분을 내놓고 그분들에게 쓰여 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분들의 작은 소리도 귀담아듣겠습니다. 그분들이 바로 ‘버림받은 십자가 위의 예수님’임을 잊지 않고 그분들을 섬기겠습니다.

물론 그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간혹 개인의 편리함이나 지자체의 ‘평가’로 인해 제가 선택적으로 ‘사회복지’를 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우리 가톨릭교회가 사회복지를 하는 이유인 ‘하느님사랑 이웃사랑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마르 12,28-38)는 성경의 말씀대로 하느님에게 양심적으로 거리낌 없이 사회복지를 하고 ‘지자체의 평가’보다 ‘하느님의 명령’에 더 충실할 것이라 다짐합니다.

예수님의 명령이신 사랑의 실천을 위해 ‘사회복지’란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는 것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클라이언트를 바라볼 때 예수님의 눈으로 그분들의 아픔을 같이할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정민제rn(안드레아·우만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