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국제성당

정경남 기자
입력일 2019-05-23 수정일 2019-05-23 발행일 1991-07-28 제 1765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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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은 달라도 우린 한 형제

매 미사마다 언어달라 “진풍경”
72년 설립, 신자수 4백여명
“이국생활 외로움 달래는 따스한 공간”
대사관ㆍ기업체 직원이 태반
한국교회 안에서 가장 작은 본당그룹 중 유난히 독특한 색깔을 지닌 본당을 꼽는다면 서울 국제성당(주임ㆍ배문호 신부)이 단연 으뜸이다.

우선 본당 신자수가 고작 4백여명 수준에 머물기 때문.

외국인 성당이라는 빼놓을 수 없는 특성도 그렇지만 본당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 역시 눈길을 끌기에 흥분하다.

서울시 용산구 한남2동 707번지 꼰벤뚜알 성프란치스꼬회 한남동 수도원내에서 위치해 있는 국제성당은 서울시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신자를 위해 1972년에 세웠졌다.

초기에 프란치스꼬회에서 맡아 운영해오다 절두산 성당을 거쳐 1985년 이곳 한남동에 자리잡은 국제성당은 말그대로「국제적」이다.

국제성당은 미국ㆍ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ㆍ스페인ㆍ필리핀 등 세계 각국에서 온 가톨릭 신자들이 모여 매주 다양한 언어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미사 시간대는 토요일 저녁 6시 불어 미사를 비롯 일요일 아침 10시 독일어, 11시영어, 12시15분 이태리ㆍ스페인어 미사가 배정돼 있으며, 불어ㆍ독일어 미사는 외방선교회와 살레시오회 신부가 맡아 각각 운영한다.

가끔씩 외국어를 익힐 목적으로 미사에 참례하는 한국인 대학생을 제외하면 내국인이라곤 찾을래야 찾아볼수 없는 국제성당은 이국만리 떠나와 외롭게 살아가는 주한 외국인들에게 이웃의 따스함을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대사관 근무자거나 일반기업체 소속 기술자 혹은 개인 사업차 2~3년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인 국제본당 신자들에게는 잦은 거주지 이동으로 인해 교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신자조직도 사목회를 비롯 교사회, 전례부, 봉사부, 성가대, 성서모임 등 6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교구내 타 본당 신자들과도 특별한 관계를 갖지 않는 외국인 신자들에게는 일요일이 가장 즐겁고 기쁜날이 아닐수 없다. 주일 미사후 강의실에 둘러앉아 나누는 한잔의 커피는 이들의 위안이자 유일한 낙인 셈이다.

지난 6년동안 야외미사가 두번 치뤄질만큼 본당 행사가 드문 국제본당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뭐니뭐니해도 1년에 5~6회씩 거행되는 혼배미사.

국적이 다른 남ㆍ녀를 위해 미사시간의 일부는 영어(혹은 국적에 따라 프랑스어 독일어 등등)로 또 나머지 시간은 한국어로 거행하는 진귀한 풍경은 지구촌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재미 있는 장면이라는 것, 물론 각 나라 언어로 보헌되는 매주일 미사의 공지사항은 꼭 영어로 전달한다든지 아니면 이탈리아ㆍ스페인 신자들을 위해 마련된 미사에서 제1독서는 이탈리아어로, 2독서는 스페인어로 그리고 다음주는 반대로 진행되는 것도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 『현재 대다수 본당신자들은 중구 용산지구 본당신부 모임이나 교회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한국교회 소식을 접하고 있는 반면 자국교회의 소식은 전혀 듣지 못하고 있다』고 전하는 국제본당 배문호 신부(꼰베뚜알 성프란치스꼬회)는 자국 교회소식에 목말라 하는 외국인 본당 신자들의 드러나지 않은 외로움을 대신 표했다.

정경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