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삶으로의 초대… 구원 가능성 열린 은혜의 때 인간 원죄로 세상에 들어온 죽음 그리스도를 통해 죄에서 벗어나 하느님 안에서 삶의 완결 이뤄 단절 아닌 영원한 삶의 연속성으로 그리스도 따르는 삶 안에서 완성
교회 전례력으로 11월은 위령성월로서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동시에 죽음 자체를 생각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자연재해와 기후위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등 여파로 죽음을 더 가까이에서 마주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살아 있는 우리는 아무도 죽음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 공포, 불안 등 감정을 갖고, 죽음에 관한 수많은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영원한 삶으로 초대하는 교회는 누구보다 죽음에 대한 중요한 시각을 견지한다. 곧 죽음을 단절된 시간이 아니라 부활로 이어지는 희망의 시간으로 초대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위령 성월을 맞아 구원을 향한 새로운 시작점으로서 죽음의 의미를 살펴 본다.■ 죽음, 사랑의 완성
성경과 교회 가르침에 따르면 신앙인들에게 죽음은 삶의 단절이 아니라, 영원한 삶의 연속성 안에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이 성사다. 성사는 본질상 그리스도의 죽음에서 능력과 효과를 얻고, 매순간 우리를 그리스도 죽음과 접하게 한다. 세례성사를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의 죽음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묻히게 된다.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의 죽음의 신비를 선포하고 재현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죽음이 우리 안에 실제로 효력을 내게 한다. 병자성사는 육체적 병고라는 상태에서 인간이 그리스도의 죽음과 맺는 관련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은총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그리스도를 닮은 태도로 아픔을 견딜 수 있으며, 주님 안에서 죽음을 준비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곧 인간 죽음은 자연적이고 유한성을 드러내는 사건이며, 신앙 안에서는 희망의 사건이 된다. 그리스도를 통해 얻은 부활의 희망이 그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은 인간에게 절망과 좌절을 안겨 주는 시간이 아니라 구원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은혜의 때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구원에 대한 희망은 개인에 한정될 수 없다. 하느님에 대한 헌신은 다른 사람을 위한 사랑으로 이어지며, 죽음은 살면서 실현한 사랑의 마지막 완성이 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과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이며 사랑을 하도록 창조됐기 때문에, 개인의 완성은 다른 사람들의 완성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곧 신앙인의 죽음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 안에서 완성돼 가는 것이다.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