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 장례 예식서 편찬 과정
현재 한국 천주교 공식 장례 예식서는 2003년 3월 10일 초판이 나온 「상장 예식」이다. 「상장 예식」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구현한 장례 예식서라는 의미를 지닌다.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장례가 가지는 중요성은 장례 예식서 발간 과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교회가 처음으로 장례 예식서인 「텬쥬셩교례규」(천주성교예규)를 발간한 것은 1865년이다. 서울에서 1책 2권(상·하) 목판본으로 발간했다. 1865년은 한국교회가 간행한 대표적 기도서인 「텬쥬셩교공과」(천주성교공과)가 목판본으로 처음 발간된 1862년에서 불과 3년이 지난 시점이다. 이것은 한국교회에 상장 예식서 발행이 아주 절실하고 중요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박해시기였던 당시 유교와 불교, 무속 등이 뒤섞여 있는 조선의 상장 관습에서 상장 예식서 발간을 미룰 수 없어 성 다블뤼 주교는 성 황석두(루카) 등의 도움을 받아 적어도 1859년에는 「텬쥬셩교례규」 초고를 집필한 것으로 짐작된다. 「텬쥬셩교례규」가 발간됨으로써 한국 땅에서 천주교 예법에 의한 상장례가 공식 공포되고 시행됐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는 「전례 헌장」 내용을 반영한 「장례 예식서」(1976년), 「성교예규」(「텬쥬셩교예규」 소폭 수정본) 등이 발간됐고, 「선종 봉사 예식서」(1986년), 「가톨릭 연도」(1992년) 등이 장례 예식서 기능을 맡다가 「상장 예식」이 공식 발간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장례 각 절차에 담긴 신앙적 의미와 신자들의 자세
▲임종과 운명
임종(臨終)은 운명하기까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이다. 「상장 예식」은 임종 시간이 긴 경우와 짧은 경우를 가정해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선택할 수 있도록 두 가지 양식을 싣고 있다. 임종하는 이는 사랑하는 이들을 남겨 두고 홀로 이 세상을 떠나 주님께 돌아가야 한다. 가족과 친지를 비롯한 신앙공동체는 임종하는 이가 인간적인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그동안 간직했던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도하고, 주님의 무한한 사랑과 용서에 대한 굳은 희망으로 임종자를 인도해야 한다.
임종 예식 중이라도 환자가 운명하면 바로 운명 예식을 거행해야 한다. 죽음이 확인되면 곧바로 고인을 주님께 맡기며 주례자와 그 자리에 함께한 모든 이가 교송으로 자비송을 바치고 세상을 떠난 이가 주님의 천사들의 영접을 받아 하느님을 뵙게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노래로 표현한다.
▲위령기도(연도)
위령기도(연도)는 가톨릭 장례 절차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이다. 위령기도로 바치는 시편에는 극심한 고통을 견딜 수 없어 몸부림치면서도,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괴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은 오직 주님의 성전뿐이라는 믿음이 드러난다. 이 기도를 통해 남은 이들은 굳은 믿음으로 평온하고 자신 있게 살아갈 힘을 얻고 그 힘은 하느님으로부터만 받을 수 있으므로 진정한 용기와 확신 역시 그분에게서 생겨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다. 위령기도를 바친 이들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구원에 대한 새 희망 속에서 죽을 때까지 주님을 찬미하겠다고 맹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