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땅 제주에 희망 심었다 배고픈 민중 먹여 살리기 위해 타케 신부가 일본으로부터 들여온 온주 밀감 14그루가 귤 산업의 기반 가난했던 주민들 경제적 자립 위해 식물 채집으로 받은 보상금으로 땅 구입해 농민들에게 농사 가르쳐
겨울철이면 어김없이 식탁 한 자리를 차지하는 과일, 귤. 지인들에게 선물도 많이 하는 귤은 이제 국민 과일이 됐다. 하지만 우리 곁에 너무 가까이 있으면 오히려 그 의미를 잘 생각 못하듯, 귤의 역사를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놀랍게도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귤은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그것도 한국으로 선교 온 사제에 의해 보급됐다. 푸른 눈의 선교사 파리외방전교회 에밀 타케 신부(Emile Taquet, 한국명 엄택기, 1873~1952)가 그 주인공이다.
■ 에밀 타케 신부를 기억하며
타케 신부가 이토록 식물 채집에 몰두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에밀타케식물연구소 이사장 정홍규 신부(대구대교구 원로사제)는 “타케 신부가 보인 식물에 대한 관심은 사목적 열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 당시 제주도는 매우 가난했기 때문에 타케 신부는 땅을 사서 지역 사람들에게 논농사도 가르치고, 식물 채집으로 받은 보상금을 다시 농민들을 위해 썼다. 정 신부는 “타케 신부는 사목적 이유와 지역 주민들을 살리기 위해 식물을 채집한 것”이라며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이런 열정이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타케 신부는 식물 분류학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오히려 교회 내적으로 그 가치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기념비나 동상, 타케 신부 이름을 딴 도로, 정원, 박물관, 식물원 등을 만들어 현대인들이 갈망하는 부분들에 교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타케 신부를 기억하는 것 자체가 오늘날 생태위기 상황에서 통합적 가치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밝혔다.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이창준 제주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