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붓끝에서 피어난 기도, 이름 모를 순교자 위로하다

박지순
입력일 2024-08-02 수정일 2024-08-06 발행일 2024-08-11 제 3404호 1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성화작가 정미연 초대전 ‘무명 순교자를 위한 진혼곡’
8월 15일~10월 27일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특별기획전시실
Second alt text
<희망>

성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정미연(아기예수의 데레사) 작가가 ‘무명 순교자를 위한 진혼곡’(Requiem for Unknown Martyrs)을 주제로 8월 15일부터 10월 27일까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관장 원종현 야고보 신부) 특별기획전시실에서 초대전을 마련한다.

평소 기도하지 않고는 작품을 못 그리고, 그림 작업 중에 매 순간 하느님과 대화하듯 기도드린다고 고백하는 정미연 작가는 박해 시기 순교 현장에서 열리는 이번 초대전을 앞두고 “절두산순교성지에서 절명하신 무명 순교자들에게 마음을 다해 그림을 바친다”고 말했다. 전시 제목의 레퀴엠은 가톨릭교회에서 죽은 이를 위한 미사(위령 미사)의 전례 음악으로 세상을 떠난 이의 영혼에 하느님께서 영원한 안식을 주시기를 청하는 곡이다.

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특히 믿음을 지키며 박해의 칼날에 스러져 갔지만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무명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그 영혼에 위로와 안식을 청하는 간절한 기도와 염원을 작품에 담아냈다. 작가 자신이 췌장암 투병을 하며 겪은 고통과 치유의 과정을 온전히 작품에 투영함으로써 처절한 순교의 장엄함과 믿음 안의 위로를 그려 낼 수 있었다. 정 작가가 병마 중에도 놓지 않았던 창작의 불꽃으로 완성한 것은 그림을 통해 듣는 레퀴엠이라고 할 만하다.

정 작가는 ‘성화 작가’라는 호칭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혀 왔듯이 끊임없는 기도와 묵상을 거쳐 완성되는 그의 작품은 보는 이들에게 새로운 기도와 묵상의 기회를 선사하고 있다. 그렇기에 정 작가가 그림으로 표현한 레퀴엠은 오늘날 고통받는 영혼들에 대한 위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순교자들을 우러르면서 현재를 사는 신자들을 치유하는 힘을 발휘한다.

Second alt text
<영원의 환희>

‘무명 순교자를 위한 진혼곡’ 전시 개막미사는 8월 15일 오전 10시 절두산순교성지 순례자 성당에서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이 주례하고, 미사 후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앞마당에서 개막식이 이어진다. 또한 클래식과 아름다운 팝이 어우러지는 축하공연도 준비돼 있다.

정 작가는 1977년 대구 효성여자대학교(현 대구가톨릭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후 오랜 세월 교회 미술에 깊이 천착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쌓아 왔다. 전례력 가·나·다해 3년간 주일 복음 말씀을 성화로 그려 서울대교구는 물론 전국 각 교구 주보에 연재하고 전주교구 첫 순교자 기념성당인 권상연성당 성미술 작업을 맡아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친숙한 성미술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