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혐오와 정치 양극화 형제애로 치유해 나갈 것 다짐
[외신종합] 제53차 세계성체대회가 9월 8일 에콰도르 치토에서 개막해 15일 폐막미사를 봉헌하며 막을 내렸다.
이번 치토 세계성체대회는 에콰도르를 예수 성심께 봉헌한 지 15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개최됐으며 ‘세계를 치유하는 형제애’(Fraternity to Heal the World)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 주제는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은 대부분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있지만 그럼에도 가톨릭신자들은 자신들의 빛을 발하고 이웃을 평화와 연대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치토 세계성체대회 9월 8일 개막미사 중 공개된 영상 축하 메시지에서 “성체의 은총은 우리가 타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그리스도의 몸이 되도록 돕는다”며 “빵의 표지인 성체는 하느님의 사람들 마음속에 형제애를 향한 열망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성체의 특성에 대해 “빵이 하나의 알곡에서 빚어질 수 없듯이 우리는 함께 걸어가야 하고, 우리는 많은 사람들일지라도 하나의 빵처럼 하나의 몸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치토에서 교황의 영상 메시지 상영과 함께 봉헌된 개막미사에는 전 세계 40개 나라 이상에서 2만 명 이상이 참례했으며, 미사 중 어린이들 1500명이 첫 영성체를 했다.
7월 17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전국 성체대회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미네소타주 크루크스톤교구장 앤드류 코젠스 주교는 이번 치토 세계성체대회를 성공적으로 평가하면서 "치토 세계성체대회에 참석해 라틴 아메리카에서 살아 숨쉬는 교회를 체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치토 세계성체대회와 인디애나폴리스 전국 성체대회는 공통적으로 성체가 가져다 주는 ‘치유’(Healing)에 초점을 맞춰다. 치토 세계성체대회에서는 이주민들의 위기, 정치적 양극화, 이로 인한 커다란 분열 등 현대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많은 도전들을 ‘세계의 상처들’(wounds of the world)이라고 이름 짓고 이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한 다양한 토론을 일주일 동안 진행했다.
이번 치토 세계성체대회에서는 라틴 아메리카가 겪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 중 이주민 문제도 논의됐다. 라틴 아메리카 교회는 역사적으로 이주민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권리와 삶의 조건들을 향상시키는 정책들을 위해 일해 왔지만, 11월 5일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톨릭교회가 이주민들에게 지녔던 관점이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치토 세계성체대회에 참석한 주교단은 가톨릭교회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 특히 이주민처럼 무기력한 이들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목소리를 내 왔지만 지금은 가톨릭교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대는 아니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치토 세계성체대회에 참석한 평신도들은 교회 활동에 평신도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공동의 책임을 나눠 지는 것이 시노드적인 교회를 구현하는 과정이라는 데에도 공감했다.
세계성체대회 마지막 날인 9월 15일에는 제54차 차기 대회를 2028년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호주 신자들은 차기 대회가 호주에서 열린다는 발표에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