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폴앤안나’ 박안나 대표·박한아 부대표 좁은 곳에서도 안락하게 지낼 수 있도록 파자마 기부 결심
“쪽방촌이라는 공간이 조금이라도 아늑한 휴식의 집이 되었으면 해서 저희 파자마를 기부하게 됐어요.”
이틀째 이어진 폭설로 수도권이 온통 빙판이 된 11월 28일, 파자마 브랜드 ‘폴앤안나’를 운영하는 박안나(안나·서울대교구 수서본당) 대표와 박한아(로사·서울대교구 잠실7동본당) 부대표 자매는 이날 서울 동자동 쪽방촌을 찾아 주민들에게 손수 파자마를 나눠줬다. 봉사 계기에 대해 두 자매는 “편한 소재와 핏이 특징인 파자마의 ‘편안함’이, 거동이 불편해 집에 오래 머무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아늑함을 가져다주길 바란다”는 진심을 밝혔다.
두 자매는 생산된 상품 중에서도 가장 따뜻하고 원단이 편안한 제품을 선별해 기부했다. 주민들이 존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정성스럽게 포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가올 성탄의 기쁨도 안겨주고자, 직접 그린 아기자기한 눈사람 스노우볼이 자수로 놓인 파자마,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적록 계열의 파자마 등 계절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선물을 준비했다.
디자이너인 박 부대표는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활기찬 생동감과 긍정의 이미지가 소외된 이웃에게일수록 필요하다”고 밝혔다. 폴앤안나가 지향하는 가치는 브랜드 로고의 노란색처럼 활기찬 생동감과 긍정의 이미지다. 파자마를 입는 사람들과 그 공간에 생명력과 에너지를 선사하고자 생동감 있는 색깔의 패턴과 원단을 사용한다.
“쪽방이라는 말대로 좁은 곳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하루를 거의 혼자 보내는 병든 분이 특히 많죠. 그런 분들일수록 ‘활기차고 긍정적인 생활은 내 것이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하느님 안에 모두가 평등하다면, 그분들의 생동감과 긍정을 우리가 조금이라도 되찾아 줘야지 않겠어요?”
어머니를 따라 무연고 노인들의 목욕 봉사 등 소외 이웃을 섬겨온 박 대표도 “가난한 이들 중에도 더 특별한 관심과 정성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어머니가 자신을 봉사에 데리고 다니며 새겨주던 말을 덧붙였다. “아이들은 예뻐서 도움의 손길이 한 번 더 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누군가는 그조차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가르침이었다.
폴앤안나는 화려한 색감과 디자인으로 인해 품격 있는 라운지웨어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브랜드 가치를 위해서라면 기부와 봉사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이윤 창출과 정반대일지 모르는, 잠재 구매력이 없는 이웃을 위한 ‘나눔’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대표는 쑥스러워하며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패션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모두의 마음속에는 사실 인간을 향한 따뜻함, 인간을 위한 참된 미(美)의 갈망이 있다고 믿어요. 우리의 나눔이 그 진정한 아름다움을 실현해 나가는 작은 봉헌이 되길 바랄 따름이죠.”
“선한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생산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진심으로 담아낸 상품을 만드는 데 있다”는 박 대표와 부대표. 두 자매는 “파자마 선물을 나눔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럽지만, 쪽방촌 이웃들이 파자마를 입고 거울을 보며 잠시 즐겁고 따뜻한 마음이 든다면 우리에게도 크나큰 뿌듯함과 행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