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현장을 취재할 때마다, 미풍 같은 사랑이 강풍 같은 힘보다 강하다는 걸 느낀다.
소외 계층을 위한 무료 생필품 공급매장 ‘희망을 여는 가게’ 부평점을 찾은 12월 5일. 시설장 김정(미카엘라) 수녀와 봉사자들이 실천하는 사랑은 15평 남짓한 반지하 빌라 공간을 넘어 150명도 넘는 지원 대상자들의 고장에 두루 미쳤다. 절망했던 마음들이 희망하도록 변화시키는 기적이었다.
한 대상자는 매달 수녀와 봉사자들이 배달을 올 때마다 장문의 감사 편지를 써서 안겨주고 있다.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삶에도 그는 수녀와 봉사자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며 약과와 요구르트까지 편지와 함께 쥐여줬다. “하느님의 사랑을 나도 이웃에게 나누고 싶다”며 신앙까지 되찾았다.
대상자들은 수녀와 봉사자들의 ‘어떤 물건이 필요할지 우리가 많이 생각했어요’ 하는 묵묵한 진심에 변화했다. 희망이 가슴에 와닿은 적 없었을 사람조차 스스로 희망하게 하는 힘은 이렇듯 사랑에서 나왔다.
그러니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는 말을 믿지 않는 건 하느님(사랑)보다 힘(혐오)을 숭상하는 사람들뿐이 아닐까. 권력에 집착하는 내면은 가뭄보다도 메말라 붙지 않았을까.
12월 3일 밤 온 국민을 기습한 내란의 시발점이 된 비상계엄령의 해제를 도운 건 무장한 군인을 껴안듯 제지한 시민들, ‘나도 시민’이라는 공감으로 움직인 군인들 등 사랑의 힘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미풍 같은 사랑이 사실 얼마나 강한지 서막을 목격했다. 결국 콩쥐가 팥쥐를 이기듯 사랑이 이긴다는 믿음이 중요하지 않을까. 겨울을 무찌르는 봄의 훈풍은 원치 않아도 나부끼게 마련이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