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앙드레 부통 신부 ‘민속 벽화’ 반세기 만에 공개

방준식
입력일 2025-01-06 16:43:12 수정일 2025-01-06 18:05:37 발행일 2025-01-12 제 3425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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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옛 안동예식장 시설 벽면서 벽화 발굴
‘전통 혼례’ 모습 담겨…경북 근대문화유산 등록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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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부통 신부가 옛 안동예식장에서 한국 전통 혼례를 묘사한 벽화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1973년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동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제공

반세기 넘게 경북 안동의 옛 예식장 벽 속에 봉인돼 있었던 앙드레 부통(André Bouton, 1914~1980) 신부의 벽화 한 점이 발굴돼 세상에 공개될 예정이다.

해당 벽화는 1960~1970년대 벽화를 제작해 설치하는 ‘예술 선교’를 펼쳐왔던 프랑스 출신의 성 베네딕도회 앙드레 부통 신부의 작품으로, 기존 본당이나 공소를 중심으로 발굴·복원됐던 성화 벽화와는 달리 한국의 전통 풍습을 담고 있어 예술성과 대중적인 가치를 더하고 있다.

안동시(시장 권기창)와 안동시 도시재생지원센터(센터장 우병식, 이하 센터)는 센터 건물 벽 속에서 발견한 앙드레 부통 신부의 벽화 1점을 발굴 및 보존 작업을 거쳐 최종 마무리 후 공개한다고 1월 6일 밝혔다.

이 벽화는 지난 1973년 앙드레 부통 신부가 옛 ‘안동예식장’을 위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전통 혼례 방식으로 혼인하고 있는 젊은 남녀를 묘사한 것으로, 폭과 높이가 각각 3.5m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벽화다. 현재 옛 안동예식장 건물은 센터가 사용하고 있다.

벽화가 숨겨져 있던 곳은 센터 건물 1층으로, 예전에 쓰이던 예식장 주례대가 설치돼 있는 장소다. 지난 2023년부터 센터 측이 새 시설 마련을 위해 리모델링 작업을 하던 중 벽 속에 앙드레 부통 신부의 벽화 작품이 있음을 내시경 및 동영상 촬영으로 확인하면서 발굴과 보존 작업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현재 안동시는 벽화 개방과 보존을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 벽화를 경상북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 추진하는 한편 다양한 문화 콘텐츠 개발도 모색하고 있다.

이 벽화는 앙드레 부통 신부가 당시 예식장을 운영했던 고(故) 류한상(베드로) 전(前) 안동문화원장을 위한 선물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류 원장은 당시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가 설립한 안동문화회관 초대 관장을 맡았는데, 명맥이 끊겼던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복원하는 사업을 진행하며 앙드레 부통 신부와 프랑스 대사 등을 초청해 초연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앙드레 부통 신부와 류한상 원장 사이에 벽화 제작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류 원장은 1970년대 가톨릭상지대학교와 안동문화회관이 건립될 당시 부지 문제를 해결하는 등 공로를 인정받아 교황청으로부터 기사 작위 훈장을 받은 바 있다.

우병식 센터장은 “옛 안동예식장에서 50여 년 만에 발굴된 앙드레 부통 신부님의 벽화는 전국 가톨릭신자들의 성지이자 안동 지역의 자랑스러운 근대문화유산이 될 것”이라며 “발굴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안동교구청과 예술계를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해 보전 및 활용 방안을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